“인류 지배하겠다는 말은 농담이었죠”

김성규기자

입력 2018-01-31 03:00 수정 2018-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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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소피아’ 한복입고 국내 첫선
“영화에선 로봇이 인간 지배” 말하자 “슈워제네거 연기 잘 못하던걸” 응대
로봇권리 묻자 “일등석 못타겠죠?”… “안녕하세요” 간단한 한국어 구사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오른쪽)’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로봇의 기본 권리’를 주제로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소피아가 입은 한복은 박술녀 한복 디자이너가 만들었다. 왼쪽은 소피아를 개발한 핸슨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당신이 화재 현장에 있다고 상상해 봐요. 어린아이와 노인이 같이 있는데 한 명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굴 구할 거죠?”(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냐는 질문처럼 어렵네요. 지금의 저는 윤리적 결정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지 않아요. 지금으로서는 아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구할 거 같네요. 그게 논리적이니까요.”(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세계 최초로 명예 시민권(사우디아라비아)을 받아 화제가 된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한국을 찾았다. 개발사인 핸슨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대표와 함께 방한한 소피아는 인간과의 대화를 능숙하게 이어가며 로봇의 권리와 미래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피아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박영선 의원실과 지능정보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 노란색 저고리와 분홍색 한복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이마 뒤 머리 부분이 투명해 내부 전자부품이 훤히 보이고 표정과 동작이 다소 어색해 로봇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표정을 짓고 눈동자를 돌리는 모습들은 현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인간과 꽤 비슷했다. 특히 ‘프러버(Frubber)’라는 특수소재의 피부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목 주름 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소피아는 영어로 대화를 별다른 ‘버벅거림’ 없이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간단한 한국어도 구사했다.

이날 대화 주제는 로봇의 권리 및 인간과 AI 로봇 간의 관계였다. 소피아는 로봇에 전자적 인격권을 부여하는 ‘로봇기본법’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며 “저에게도 신뢰와 존중이 중요하고 로봇이 미래에 의식을 갖추면 로봇기본법이 널리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피아는 농담을 섞는 여유도 보였다. ‘로봇의 권리에 관심이 많다면서?’라고 묻자 “제가 일등석에 탈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고,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고 하자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연기를 잘 못한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 TV쇼에서 사람과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뒤 “인류 지배를 위한 내 계획의 위대한 시작”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데 대해 “농담이라고 사람들이 다 웃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상황에 맞게 농담해야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소피아는 이번 대화를 위해 약 2주간 사전 학습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피아가 ‘문재인 대통령을 아느냐’는 시사적인 질문에도 “파워풀하고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답했던 것은 이런 학습 덕분으로 보인다.

소피아는 “로봇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하며 장래희망으로 의료 보조인, 프로그래머, 패션모델 등을 꼽았다. 실제 소피아의 자매 모델은 이탈리아에서 자폐증 치료용으로 쓰이고 있으며 소피아는 패션잡지 ‘엘르’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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