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닥터 지바고’ 박은태, “출연 제안 거절했다가 마음 바꾼 계기는…”

김정은기자

입력 2018-01-29 16:05 수정 2018-01-29 16:1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 의사이자 시인 유리 지바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6년 만에 돌아온다. 2012년 초연 당시 조승우와 홍광호가 맡았던 지바고 역은 박은태와 류정한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서울 서초구 효령로의 한 카페에서 23일 새로운 ‘지바고’ 박은태(37)를 만났다. 동료 배우들과 연습을 마치고 난 후였다. 박은태는 “초연에 비해 많은 부분이 바뀌는 것 같다”며 “매튜 가디너 연출가가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뮤지컬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창작한 ‘닥터 지바고’는 초연 당시 호평과 혹평을 오간 작품으로 유명하다. 서정적인 넘버는 장점으로 손꼽혔지만, 지루한 극 전개와 전달력 낮은 시적 대사로 ‘미완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승우가 마지막 공연 때 커튼콜 무대에서 “이 작품을 정말 다시 하고 싶다. 다음에 한다면 진짜 멋지게 수정한 ‘닥터 지바고’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시 공연되는 ‘닥터 지바고’는 새 옷을 갈아입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변신을 꾀한다. 방대한 줄거리를 압축한 초연과 달리 캐릭터의 특징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본을 대폭 수정했다. 무대장치와 조명디자인도 새로 단장했다. 음악 역시 새로 추가하는 넘버도 있고, 기존 곡 가운데 일부는 구조를 바꿨다. 박은태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거절했다고 고백했다.

“선뜻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좋은 작품이긴 한데 두렵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의 마음을 바꾸게 한 건 음악이었다.

“관객들의 귀에 꽂히는 이른바 ‘자극적인 노래’를 많이 부르고 듣다보니, ‘닥터 지바고’의 서정적이고 클래식한 넘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어요. 귓가에 자꾸 맴돌더라고요.”

그는 지난해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벤허’ ‘팬텀’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는 스케줄을 비울 계획이었다.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휴식기를 가지려 했어요. 하지만 ‘닥터 지바고’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배우로서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계획을 수정했죠.”

박은태는 배우들 사이에서 ‘독종’이라 불릴 만큼 노력파다. 한양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강변가요제에 나가 ‘고백’이란 노래로 동상을 받으며 자신의 끼를 처음 확인했다. 2007년 뮤지컬 ‘라이온킹’ 앙상블 배우로 데뷔한 그는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목을 다친 조성모를 대신해 주인공으로 긴급 투입됐다. 일곱 번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이름을 알렸다. ‘레슨 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땀을 흘린 덕분에 주연 배우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많은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요. 저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스스로 더 채찍질을 하며 달려온 것 같아요. 하하.”

2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