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사이버대전 이긴 ‘정현 신드롬’…유통업계도 테니스 붐?

조동주 기자, 사공성근기자

입력 2018-01-24 22:42 수정 2018-01-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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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테니스협회 제공
메이저 테니스 대회 ‘4강 신화’를 이룬 정현(22·세계랭킹 58위)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박세리 박태환 김연아에 이어 또 하나의 스포츠 영웅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다.

24일 온라인에서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실검 전쟁’이 펼쳐졌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이다. 당초 문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은 생일선물로 ‘평화올림픽’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1위로 올려주자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에 보수 누리꾼들이 ‘평양올림픽’ 집단 검색으로 맞섰다. 실검 1위를 두고 진영간 사이버대전이 펼쳐졌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24일 0시 직후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평화올림픽은 오전 1시 30분 처음으로 네이버 실검 1위에 올랐다. 이를 본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들이 나서면서 평양올림픽이 오전 3시 24분 1위를 탈환했다. 이렇게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이 아침까지 실검 1,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하지만 정현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정현의 호주 오픈 8강전이 시작된 오전 11시(한국시간)부터 ‘정현 테니스 중계’ 등 관련 검색어가 치고 올라왔다. 이어 15분 만에 실검 1위를 차지했다.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오후 2시부터 ‘정현 4강’이 실검 1위에 올랐다. 경기 후 정현의 8강 상대였던 ‘샌드그렌’, 4강 상대인 ‘페더러’, ‘정현 상금’ 등 정현 관련 검색어가 실검 1~10위를 독식했다.

정현 열풍은 테니스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의 한 실내 테니스 교습소에는 정현이 8강에 진출한 22일부터 문의 전화와 홈페이지 접속량이 2배씩 늘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실외 테니스클럽은 겨울이라 ‘개점휴업’이지만 최근 사흘간 매일 10건 이상의 강습 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정현 경기 후 다시 라켓을 잡기로 했다는 글이 이어졌다.

정현이 2016년 1월부터 애용한 ‘V코어 듀얼G97’ 라켓도 정현이 세계랭킹 1위 출신 노바크 조코비치를 꺾은 22일부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테니스 용품업체 요넥스 관계자는 “해당 라켓은 29만 원짜리 제품이다. 정현이 주니어 선수의 우상으로 떠오르면서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17일부터 일주일 사이 테니스가방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6%, 다른 경기용품 매출은 85% 급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캐슬린 스티븐스,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 등 국내외 유명 인사에게 테니스를 가르치고 국제대회도 유치했던 김지선 지선스포츠마케팅 대표(46)는 “그동안 마케팅을 위해 기업 관계자를 만나면 ‘테니스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피눈물을 쏟았다. 이번에 정현이 ‘테니스도 된다’는 걸 입증했다”고 말했다. 정현 선수의 모교인 경기 수원시 삼일공고 정문에는 ‘현아! 우승 가즈아!’ 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4강전이 열리는 26일에는 학교 강당에서 교직원과 재학생, 예비신입생. 동문들이 참석한 가운데 단체응원을 펼치기로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사공성근 기자 4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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