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소공동 40년”… 롯데 창업주의 꿈, 잠실시대 열린다

송충현기자

입력 2018-01-15 03:00 수정 2018-0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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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 이르면 15일 이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6·사진)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로 거처를 옮긴다. 지난해 신동빈 롯데 회장과 임직원이 이미 롯데월드타워로 사무실을 옮긴 데 이어 신 총괄회장까지 이동하면 롯데의 40년 ‘소공동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잠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르면 15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49층으로 거주지와 집무실을 옮긴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사 날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따라 15일이 안될 경우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이 최종 조율할 예정이다.

신 총괄회장이 이사하는 49층은 롯데월드타워 42∼71층에 걸쳐 마련된 고급 레지던스 중 한 곳이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간호 및 경호 인력도 같은 층에 함께 거주한다.

롯데월드타워는 신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 사업이었다. 1987년 부지를 매입한 뒤 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열기까지 꼬박 30년이 걸렸다. 인접한 공군기지인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의 안전 우려로 인허가가 나지 않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야 건축 허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신 총괄회장이 롯데월드타워 건설의 꿈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서울에 제대로 된 관광명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신 총괄회장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며 서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2011년 주춧돌(매트) 공사로 46대의 레미콘이 32시간 연속 타워 부지에 콘크리트를 부을 때에는 공사 현장에 몰래 찾아와 지켜볼 정도로 롯데월드타워에 깊은 애정을 가진 그였다.

신 총괄회장의 이주는 1978년부터 시작된 소공동 롯데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공동은 1967년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서 롯데제과로 시작한 롯데그룹이 전성기를 누린 곳이다. ‘껌’ 회사로 사세를 키웠던 롯데는 소공동에 터를 잡은 뒤 건설·화학·유통·식품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한국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 직원들 사이에서 “소공동 기가 좋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한편으로 소공동은 2015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의 전장(戰場)이 되며 롯데에 안 좋은 기억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르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통해 후계 적통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SDJ코퍼레이션을 만들어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신 총괄회장의 간호와 경호를 맡아 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롯데 임직원들이 모두 잠실로 집무실을 옮길 때에도 신 총괄회장은 소공동에 머물러야 했다. 가정법원이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0월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신 총괄회장의 새 거주지로 지정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해 신 총괄회장은 잠실로 이주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벌금 35억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고령인 데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법정 구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는 신 총괄회장이 그토록 바라던 롯데월드타워로 입주하며 잠실 롯데가 비로소 ‘완전체’가 됐다는 반응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 임직원 모두에게 상징적이고 바라던 일”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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