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비트코인 금지 준비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

조은아 기자, 베이징=윤완준특파원

입력 2018-01-12 18:18:00 수정 2018-01-12 18: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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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 규제 착수 1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시세 전광판.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강화 방침이 전해지면서 이날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이 비트코인 금지를 준비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힌 직후 미국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가 떠들썩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실제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을 규제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 수 년이 걸린다”며 한국의 규제를 기정사실처럼 다룬 보도들을 반박했다. 어느덧 비트코인 거래의 주요국가로 부상한 한국의 동향에 세계 누리꾼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기획재정부는 법무부와 의견이 다르다고 한다” “흥분하지 말자”며 발 빠르게 정보를 퍼다 날랐다. 미국 CNBC방송은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을 인용해 박 장관의 발언 직후 세계 가상통화 시가총액이 약 5시간 사이에 1060억 달러(약 113조 원) 줄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비트코인 광풍의 카오스(대혼란)에 허우적대고 있다.


● 나라 사정 따라 ‘비트코인 카오스’도 제각각

중국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통한 자금 모집(ICO)을 전면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했다. 이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초 중국의 매체 ‘터우즈저바오(投資者報)’는 “위챗과 텐센트 등 중국의 유명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비트코인 거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내 거래소들도 폐쇄 조치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 투자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의 인민폐를 외화로 바꿔준 뒤 해외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구매를 대행해주는 방식이다. 중국 내 투자자들의 비트코인을 대신 팔아 얻은 외화를 인민폐를 바꿔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도 중국 당국의 제재를 보란 듯이 피해가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현재 음식점, 가전업체, 양판점 등 1만여 점포에서 비트코인이 결제되고 있다. 인터넷기업 GMO그룹은 올해 3월부터 원하는 직원들에게 임금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명확한 회계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회계기준위원회(ASBJ)가 내년 4월부터 적용할 회계기준 초안을 마련해 다음달까지 의견을 공모 중이지만 딱 떨어지는 해법이 없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일본은 가상통화 거래를 법제화했지만 가상통화를 법정 통화로 인정한 건 아니라서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달러화 패권을 쥔 미국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제각각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하지만, 민간에서는 비트코인을 통화가 아닌 상품으로 보고 거래를 허용했다.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월가의 거물들도 비트코인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9일(현지 시간) 오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했던 걸 후회한다”고 자신의 과거 발언을 철회했다.

● 규제 피해 떠나는 ‘비트코인 디지털 이민자’도 생겨나

서방 경제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가들은 오히려 가상통화를 반기는 분위기다.·남미의 베네수엘라는 가상통화 발행을 선언한 대표적인 나라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영방송에서 “(미국의) 금융봉쇄에 맞서 싸우기 위해 ‘페트로’로 명명한 디지털화폐를 도입한다”며 “가상화폐특별팀을 구성해 지방정부와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시로 가상통화 ‘암호루블’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달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가상통화를 서방의 경제제재를 피할 새로운 돈줄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유럽 에스토니아는 가상통화 ‘에스트코인’을 발행할 준비 중이다. 에스토니아인이 아니어도 은행, 결제, 조세 서비스 등을 받도록 디지털 신분증을 제공하는 ‘e영주권’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가상통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골드만삭스는 “통화가치가 불안한 신흥국에선 비트코인이 ‘진짜 화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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