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감자창고-물레방앗간의 재발견… ‘미디어아트’ 활짝

박선희 기자

입력 2018-01-04 03:00 수정 2018-01-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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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窓: peace over window’ 전시회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이 참여하는 미디어아트 작품을 통해 지역민을 재조명한다. [1] 이재형 ‘평창의 얼굴’ [2] Team VOID ‘해머링’ [3] 장샤오타오의 ‘Worlds of the Trichiliocosm’. 평창올림픽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제공
《버려진 김치 저온저장 창고나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물레방앗간…. 주민들의 일상과 문화가 녹아든 가장 평창다운 공간이지만, 개발과 변화로 점차 밀려나거나 잊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인터랙티브 아트와 증강현실 게임 등 최첨단 기법들을 적용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대거 몰려온다. 겨울올림픽 대회 개최를 계기로 평창군 6개 지역의 이색 공간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平窓: peace over window’전은 예술을 매개로 지역을, 지역민을 재발견한다.》
 


○ 지역을 재발견하다

씨감자를 보관하는 허름한 감자창고와 지역의 자랑거리인 광천동굴, 오일장 옆의 컨테이너와 물레방앗간….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는 일반적인 갤러리가 아니라 지역적 개성이 뚜렷한 이색 공간들이다.

예술을 통한 지역 재생의 대표적 사례가 된 일본 니가타현 에치고쓰마리 지역의 ‘에치고쓰마리 트리엔날레’에서 착안했다. 에치고쓰마리 트리엔날레는 광대한 자연을 무대 삼아 예술가와 지역민의 합동 작품들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예술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전시공간을 정하는 데 지역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김준, 김창겸, 문준용, 장샤오타오 등 미디어아트를 이끄는 국내외 주요 작가 30여 명의 작품과 고려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5개 대학의 출품작들은 각 공간의 특성에 맞춰 배치했다. 어둡고 울림이 많은 광천동굴에는 라이트아트 작품을, 건조한 저온저장 창고에는 관람객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감지해야 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는 방식이다. 각 전시장까지는 10∼15분 정도 걸리는데 전시장을 순환하는 아트 투어 버스를 운영해 중간중간 들러 지역을 편하게 관광하도록 했다.


○ 축제의 주인공은 지역민

전시회는 미디어아트를 통해 지역 특색뿐 아니라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축제 뒤에 자칫 가려지기 쉬운 지역민들도 조명한다. 미래, 소통, 상호 교감 등 미디어아트의 핵심적인 면모들은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과 출발을 꿈꾸고 있는 평창의 희망과 통하는 점이 많다.

실제 프로젝트는 주민들을 작품의 주체이자 소재로 끌어안았다. 이재형 작가의 ‘평창의 얼굴’은 빅데이터 기반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평창 주민들이 꼽은 평창 관련 키워드들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빈도를 집계해 작품에 반영한다. 긍정적인 단어의 집계량이 많으면 작품 속 얼굴이 웃는 표정으로 바뀐다. 김창겸 작가는 평창군민 100명의 얼굴을 모은 비디오아트 ‘얼굴’을 선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총 200명의 군민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다.

증강현실 등 최첨단 기법을 적용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조세민 작가의 ‘판토맷 우주방’은 관람자가 3D 안경을 끼고 고개를 움직이면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360도 전 방향에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예술감독을 맡은 김창겸 작가는 “미디어아트 분야가 망라된 작품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며 올림픽을 계기로 꿈꾸는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2∼28일 강원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 등 6곳에서 열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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