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보다 공공성… 사회적 가치가 경제 살린다”

정현상 기자

입력 2017-12-26 03:00:00 수정 2017-12-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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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지령 700호’ 기념 포럼

2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경제를 살리다’ 포럼에서는 사회적 가치의 경제적 영향과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열띤 강연이 이어졌다. 동아일보가 신동아 창간 86주년과 지령 700호를 기념해 개최한 이번 포럼에는 공공기관, 기업 임직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국민의 행복을 높이려면 사회적 가치 개념이 모든 정책에 통합돼야 한다. 특히 예산과 금융, 무역 등 경제 정책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통계청도 사회적 가치 지표를 측정해야 한다.”

2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경제를 살리다’ 포럼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선 알렉산더 바르카위 스위스 경제정책위원회(CEP)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정부가 소득 위주의 국내총생산(GDP) 개념을 넘어 사회적 연결망, 개인의 안전, 환경의 질 등 사회적 가치나 지속 가능성 요소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지수, 사회발전지수 등 대안적 지표들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바르카위 사무총장은 스위스 지속가능성 싱크탱크인 CEP를 이끄는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다.

동아일보가 신동아 창간 86주년, 지령 700호를 기념해 개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사회적 가치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를 모색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특히 활발해졌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SRI) 촉진,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공개 법제화 등이 실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고 향후 경영평가에서도 사회적 가치 실현 정도를 따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의 낮은 공공성 탓이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015년 객관적 지표를 통해 평가한 OECD 30개 국가의 공공성을 살펴본 결과 한국은 최하위인 30위를 차지했다. 우리의 공공성 수준은 10점 만점에 4.5점. 일본은 5.5점이고, 1인당 GDP 3만5000달러 이상인 나라들은 대부분 6.5점이 넘었다. 연구를 주도한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주류 경제학 연구에서도 (규범 신뢰 등) 사회적 자본의 증진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속속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축사에서 “사회적 가치 관련 일과 활동은 사회 전체 규모를 늘리고 우리 경제 사회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며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시장을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활동”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 가치를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기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김 부총리는 또 “공공 조달과 연기금 투자에서도 사회적 가치에 관여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우선시하는 정책을 이미 시작했고 내년엔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사회적 가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 지원, 마케팅 지원 등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10월 대통령 주재 제3차 일자리위원회에서 발표했다. 특히 사회적 경제 3법(사회적가치실현법, 사회적경제법, 사회적 경제 기업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사회적가치실현법은 공공기관의 운영에서 공공성을 크게 강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4년 1차 발의했다 폐기된 것인데, 지난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발의했고 일부 내용을 수정해 올해 10월 말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이 다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축사에서 “앞으로 사회적 가치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 공공기관이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대전환을 맞이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경쟁력과 성장동력을 훼손하고 있는 양극화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공공성 회복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가치실현법의 적용 대상인 공기업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포럼에 참여해 국민과 지역주민의 신뢰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공헌 사례들을 발표했다. 한수원은 올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정책 등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내몰렸던 곳이다.

송삼숙 사회공헌팀장은 “취약계층 거주지와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평창 등지에 태양광을 활용한 안심가로등 1008본을 설치했다”며 “기업시민으로서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은 2010년 고용노동부가 지원을 시작하면서 급성장해 2015년 기준 4만여 개가 생겼고 37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고용인원 기준 전체의 1.4%다. 정부는 EU 평균인 6.5%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200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범기 기재부 장기전략국장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정책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사회적 기업 지원 정책으로 금융 접근성 제고, 판로 확보 지원, 관련 분야 인력 양성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통한 공동체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OECD 최하위의 공공성, 그로 인한 경제 성장의 정체, (조사 대상) 157개 국가 중 58위의 국민행복지수 등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더 높여야 한국 사회가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며 말했다. 이어 “사회적가치실현법이 우리 사회에 받아들여지려면 정부가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론자뿐 아니라 이 법의 수혜자가 될 국민에게도 아직은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이 낯설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 가치의 실천 전략을 찾으려는 공공기관, 기업 임직원 등 2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 사회적 가치

인권, 안전, 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이미 우리 경제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 창출(CSV),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개, 사회적 경제 등을 큰 틀에서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으로 한데 묶을 수 있다. 영국의 사회적가치법(공공서비스법·2012년 제정)은 사회적 가치를 ‘한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복리’로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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