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가지’- 내친김에 ‘손님들’ 나란히 작품상

김정은 기자 , 조윤경 기자

입력 2017-12-22 03:00 수정 2017-12-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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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신인연출-희곡까지 3관왕… 연기상에 명계남-김정호
특별상 두달전 떠난 故윤조병 선생


음식을 매개로 재미교포 2세 요리사 아들과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가지’(왼쪽 사진)와 제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함께 신인연출상, 희곡상 등 3관왕을 차지한 연극 ‘손님들’. 국립극단·프로젝트 내친김에 제공
제54회 동아연극상은 국립극단의 ‘가지’와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손님들’이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손님들’은 김정 연출과 고연옥 작가가 각각 신인연출상과 희곡상을 받아 3관왕에 올랐다. 올해는 대상을 배출하지 못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윤광진)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동아연극상 최종 심사를 진행해 이같이 결정했다. 올해 본심에 오른 작품은 심사위원 추천작 21편으로 지난해 27편에서 6편이 줄었다. 심사위원들은 “촛불정국,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파동 등을 거치며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 연극계 동력이 상당히 떨어져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젊은 연출가와 배우 중심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 다수 쏟아졌다”고 총평했다. 반면 “우수작들이 민간 극단보다 국공립 단체들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는 현실은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손님들’은 부모가 세상과 불화하며 고립돼 살아가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 소년이 부모를 살해한 뒤 절망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소년과 부모, 가족, 집의 끔찍한 풍경을 통해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사회의 아픈 현실을 뼈아프게 찔러낸 작품이며 의심할 여지가 없는 올해 최고의 수작”이라며 “김정 연출이 고연옥 작가의 희곡을 해석해 강점을 찾은 뒤 자기만의 언어로 완벽하게 무대화한 것이 돋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9층 회의실에서 최종 심사를 하고 있는 동아연극상 심사위원. 왼쪽부터 최용훈(청운대 뮤지컬학과 교수·극단 작은신화 대표) 이경미(평론가·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겸임교수) 윤광진(동아연극상 심사위원장·용인대 연극학과 교수) 황승경(동아연극상 간사·국제예술기획 대표) 김태훈(배우·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허순자(평론가·서울예술대 연극과 교수) 임일진(무대디자이너·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교수) 박근형 씨(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극단 골목길 연출).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함께 작품상을 받게 된 국립극단의 ‘가지’는 재미교포 2세 요리사인 아들 레이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낯선 재회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레이가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알아가며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렸다. 심사위원들은 “음식을 소재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한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의미를 지닌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연기상은 연극 ‘노숙의 시’에서 1976년 동백림 사건부터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29민주화선언, 2016년 촛불광장까지 한국의 근대사와 함께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무명씨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명계남 씨와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 ‘가족’ ‘가지’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정호 씨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명계남 배우는 최근 몇 년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작품 속에서 탄탄한 역량을 발휘했고, 김정호 배우는 올해 들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배역을 맡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새개념연극상은 연극 ‘파란나라’ 제작진에 돌아갔다.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공동 제작한 ‘파란나라’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집단주의의 광기와 폭력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시민 배우 100명을 캐스팅해 화제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일반인 배우를 모집해 프로 배우들과 한 호흡으로 극우적인 집단주의를 매끄럽게 표현했다”며 “극장 공간을 활용해 집단적 광기를 체감하게 만든 시도 자체가 참신하고 도발적”이라고 평했다.

신인연출상은 작품상을 거머쥔 ‘손님들’의 연출가 김정 씨, 무대예술상은 ‘나는 살인자입니다’의 조명감독을 맡은 최보윤 씨가 받는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극단 산울림의 연극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 역을 맡은 전박찬 씨와 국립극단 ‘광주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에서 조끼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 박지아 씨가 선정됐다.

가장 이견이 없었던 부문은 특별상이었다. 특별상은 10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원로 극작가 겸 연출가인 윤조병에게 돌아갔다. 유치진 차범석으로 이어진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계승자라는 평가다. 심사위원들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희곡집을 발간한 것은 물론이고 연극 ‘위대한 놀이’ 대본을 번안하는 등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며 “원로 작가로서 많은 후배 연극인에게 귀감이 된 분”이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15일 서울 대학로 방송통신대 DMC 4층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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