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35기분 태양광-풍력 설비, 2030년까지 110兆 들여 구축

이건혁기자

입력 2017-12-21 03:00 수정 2017-1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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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생에너지 3020 계획 발표

《정부가 2030년까지 48.7GW(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짓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20일 발표했다. 정부 예산 등으로 110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번 계획에 따라 늘어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는 원자력발전소 35기분(원전 1기 1.4GW 기준)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설비로 생산한 전기를 사주는 한국형 발전차액 지원제도(FIT)를 운영하고 공기업 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비율(RPS)을 높여 재생에너지 생산을 독려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 논란, 지역 주민 반발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의도 168배 크기 땅 필요… 환경파괴-주민반발 가능성 ▼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35기분(원전 1기 1.4GW 기준)에 이르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가 들어선다. 정부와 전력 공기업 등이 13년간 11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서울 마포구 에너지드림센터에서 이런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20%로 높이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부가 탈(脫)원전과 탈석탄을 밀어붙이는 건 재생에너지로 원자력과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부가 낮은 효율, 해당 지역 반발, 환경 파괴 가능성 등 문제점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110조 원 들여 원전 35기분 재생에너지 설비

정부는 이번 계획에 현재 전체 발전량의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까지 늘리기 위한 세부방안을 담았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 흐름에 대응하고 에너지 신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창출하겠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63.8GW(기가와트)다. 현재 설비(15.1GW)에서 48.7GW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 5, 6호기 발전 용량이 1.4GW인 것을 감안하면 원전 35기 물량에 해당한다. 정부는 태양광(63%)과 해상 풍력(34%)으로 대부분 설비를 채울 계획이다. 태양광 패널을 깔고 풍력 설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땅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168배 규모로 추정된다.

소요 자금은 정부 예산 18조 원과 신규 설비투자 92조 원 등 약 110조 원이다. 정부는 일부 중복 요소를 제거하고 향후 재생에너지 단가가 떨어지면 비용은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설비 중 절반이 넘는 28.8GW는 발전 공기업과 민간 투자 등으로 채우기로 했다. 특히 공기업 참여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비율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소규모 사업자의 안정적 수익을 위해 한국형 발전차액 지원제도(FIT)를 20년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또 새만금처럼 바닷물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을 활용하는 등 농촌태양광 사업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 주민 갈등 불가피, 환경 파괴도 숙제

정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약점인 낮은 효율을 양(量)으로 극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설비 공급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계획을 짰다. 태양광 설비 이용률은 15% 수준이며 풍력도 20∼30% 수준에 그친다. 반면 원자력과 화력의 이용률은 80% 안팎을 넘나든다. 최남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전국에 남는 땅이 많다. 햇빛 질은 일본보다 좋고, 바람도 적지 않아 풍력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단점인 불규칙한 발전량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 생산이 안 되는 야간 시간대에 전기를 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는 1MW(메가와트)당 약 7억 원의 비용이 든다. 정부는 2030년 ESS를 1GW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 주민 반발도 선결 과제다. 최근 충남에서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대규모 상업용 태양광설비 건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반대하는 어민들은 사업장 인근에서 해상시위를 하기도 했다. 해군, 해경 등이 운영하는 레이더에서 해상 풍력 설비가 선박이나 반잠수정 등으로 잘못 인식돼 레이더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단기간 내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라는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이 같은 문제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변우혁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이라도 대규모로 추진될 경우 오히려 환경 파괴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주민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실현 가능하면서도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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