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동화를 비틀다.

동아닷컴

입력 2017-12-06 17:58 수정 2017-12-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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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동화의 이야기의 결말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심성이 곧은 주인공이 등장해 결국 행복을 얻었다는 것으로 동화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동화가 착한 마음씨를 가진 주인공이 행복하게 된다는 교훈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동화 속 주인공들은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잠에서 깬 백설공주는 난생 처음보는 왕자와 정말 행복할 수 있었을까? 제비 다리만 고쳐준 큰 부를 얻었지만, 세상 물정은 전혀 모르는 흥부는 계속 부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은 이처럼 살짝 시점만 바꿔서 다시 보면 색다르게 다가온다. 실제로 인기 만화가인 후지타 카즈히로는 동화 속 세계가 원작과 다르게 변해버린 매력적인 만화인 '월광조례'를 선보이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림노츠 이미지(출처=게임동아)

그리고 이처럼 동화를 새롭게 비트는 시도는 게임 업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 '그림노츠다'. '그림노츠'는 스퀘어에닉스가 선보인 오리지널 모바일 RPG로 국내 서비스는 '에브리타운' 등으로 친숙한 플레로게임즈가 맡는다.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재미와 흥행성을 검증 받았다.

게임은 '스토리텔러'라 불리는 세계의 창조주가 만든 동화 속 세계를 '타락한 이'들이 바꿔 놓고 있는 모습을 그린다. 때문에 동화 속 주인공들은 각본대로 쓰여진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자신들의 바람대로 행동한다. 이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친숙한 동화는 잔혹하게 뒤바뀌고 뒤틀린다.

그림노츠 이미지(출처=게임동아)

새어머니와 가까워지는 것을 원하는 백설공주, 더 이상 착한 아이이고 싶지 않은 빨간망토, 크리스틴을 위해 어둠속에 헌신하던 팬텀의 앞에 나타나 크리스틴의 자리를 위협하는 라푼젤, 이러한 라푼젤을 위협하는 팬텀, 그리고 이를 단죄하고자 나타난 장화신은 고양이 등 '그림노츠' 속 다양한 캐릭터들은 기존의 동화 속 각본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세계에서 게이머는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공백의 운명을 부여 받은 주인공을 활용해 동화를 바로 잡고자 하는 모험을 떠날 수 있다. 특히, '그림노츠'는 이처럼 매력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동화의 영웅을 수집하는 재미는 물론 직접 조작하는 액션의 재미까지 갖췄으며, 별도의 피로도 시스템 없이 게이머들이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이미지(출처=게임동아)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프로 삼아 선보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도 동화를 비틀어 표현한 대표적인 게임이다. 게임의 표지부터 식칼을 들고 있는 퀭한 눈동자의 앨리스가 시선을 사로잡으며 전세계 게이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동화 속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게임 속 주인공 앨리스는 아름다운 나라를 마음 속에 그리며 살았지만, 부모님의 죽음 눈 앞에서 본 탓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식물인간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온 앨리스는 어느날 하얀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떠난다. 하지만, 도착한 이상한 나라는 앨리스가 꿈꿔온 아름 다운 동화 속 나라가 아니라 음침하고 어두운 세계 였고, 앨리스는 붉은 여왕에 의해 뒤틀린 이상한 나라를 구원하기 위해서 모험을 떠난다.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출처=게임동아)

특히, 이 게임은 소녀인 앨리스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화면을 붉은 빛으로 물들게 하는 고어한 연출이 등장해 아름다운 동화를 상상했던 게이머들 경악하게 했다. 액션 어드벤처 게임 자체로는 매우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 충격적인 설정으로 인해 후속작인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까지 등장하며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앨리스가 정신병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를 전하는 게임을 개발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나무꾼 이야기 이미지(출처=게임동아)

국내에서도 동화를 색다르게 표현한 게임이 시도 되기도 했다. 과거 PC게임 시절의 명가인 미리래소프트가 소프트가 선보인 '나무꾼이야기'가 그 주인공이다. 루카스아츠, 시에라 등인 선보인 어드벤처 게임이 한창 인기를 끌던 DOS 시절, 우리 전래동화를 배경으로 등장한 포인트앤 클릭 방식의 정통 어드벤처 게임이다.

게임은 금도끼 은도끼, 선녀와 나무꾼, 효녀 심청, 해님과달님, 흥부와 놀부 등을 친숙한 전래동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말이다. 선녀의 신발을 몰래 숨겨 아이 일곱명을 나을 때까지 날개 옷을 숨겨 두라고 사슴이 이야기를 하거나, 나무꾼에게 금도끼와 은도끼를 전해줘야 할 산신령이 1,000번 째 부인을 맞이해 신혼여행을 떠나 버리는 등 익숙한 동화와 전혀 다른 코믹한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다양한 전래동화를 잘 섞어서 물 흐르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개가 일품이다.

나무꾼 이야기 이미지(출처=게임동아)

여기에 뜬금 없이 바닷속 용궁 근처에 러브호텔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고, 가만히 있으면 물 그래픽이 좋다면서 이거 누가 만들었냐는 등 개발사에서 심어 둔 다양한 재미요소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요즘 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개발자들의 위트 있는 표현들이 게이머들에게 색다를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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