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뉴미디어를 가다]<11>獨 롱폼 저널리즘 매체 크라우트리포터

베를린=김단비기자

입력 2017-12-01 19:29 수정 2017-12-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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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에서 기사를 공짜로 소비하던 젊은 세대들이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 범람하는 ‘가벼운 기사’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 속보와 재미만 강조한 짜깁기성 기사가 넘쳐나면서 오히려 양질의 긴 기사를 천천히 느리게 읽고 싶다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2014년 6월 독일 기자 리코 그림(30)은 이런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읽었다. 이에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약 젊은 언론인 10명과 함께 ‘크라우트리포터(Krautreporter)’라는 ‘롱폼 저널리즘(Long form Journalism)’ 전문 매체를 만들었다.

롱폼 저널리즘은 일반 기사와 단편소설 중간 정도 분량의 긴 기사를 말한다. 5000자를 넘는 긴 글에 동영상, 일러스트, 노래, 화려한 그래픽 등을 담고 있다. 크라우트리포터는 1주일에 한 번, 단 한 편의 기사를 웹사이트(krautreporter.de)에 올린다. 1편당 최소 5000자가 넘는 긴 기사들이다.

이들은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걸까. 9월 30일 베를린 북부에 위치한 크라우트리포터 사무실을 찾았다.

○백과사전 같은 기사

리코 그림 크라우트리포터 공동 창업자
기자를 맞이한 그림 공동 창업자는 굉장히 초췌한 기색이었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수염이 덥수룩한 채로 손을 내민 그는 “자동차 배출가스와 대기 오염의 상관관계를 취재하느라 3일 밤을 꼬박 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독자들이 우리 기사를 읽으면서 ‘이 사안에 관해서는 더 이상 궁금할 것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게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는다”고 강조했다.

크라우트리포터가 시리아 내전 문제를 다룬 기사를 쓴다고 치자. 이들은 시리아가 어디 위치해 있는지, 시리아 인구가 몇 명인지, 국내총생산(GDP)이 얼마인지와 같은 아주 기초적인 정보까지 일일이 다 전달한다. 그림 창업자는 “일종의 백과사전 같은 기사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에 호응하는 약 2500명의 유료 구독자가 1달에 15유로(약 1만9500원)의 구독료를 낸다. 이들 대부분은 25~40세 젊은 사용자들이다.

젊은이들에게 ‘연 24만 원’의 구독료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그림 창업자는 “독일 독자들은 다른 나라 사용자들에 비해 ‘뉴스 콘텐츠도 유료’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우리가 공들여 긴 기사를 쓴다는 것을 알기에 구독료에 크게 불만이 없다”고 설명했다.

○뉴스레터로 독자와 소통

크라우트리포터 웹사이트
짧고 감각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긴 글로 끌어들인 비결은 무엇일까. 크라우트리포터는 디지털 신문이 주는 독자와의 정서적 간격을 좁혀가는 전략을 썼다. 바로 활발한 뉴스레터 사용이다.

크라우터리포터는 약 10명의 기자 개개인이 매주 독자들에게 일일이 뉴스레터를 보낸다. 독자가 자신이 뉴스레터를 받고 싶어하는 기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림 창업자도 매주 2500여 명에게 매주 뉴스레터를 보낸다고 했다.

사무실 한 편에 걸린 대형 회사 로고 옆에 선 그림 창업자
그는 “뉴스레터를 보낼 때도 미래지향적 태도를 취한다”며 “과거 기사에 대한 리뷰보다 다음에 내가 어떤 기사를 쓰겠다는 식의 계획을 주로 알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독자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그가 다시 그 메일에 답하는 식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크라우트리포터의 이런 시도는 독일 저널리즘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조아힘 트레베 교수는 “전통적 보도 양식의 시대는 끝났다.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하게 퍼졌기 때문에 뉴스의 가치가 없다. 고로 인포그래픽 등을 활용해 사안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매체만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를린=김단비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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