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9곳, 작년에만 진료비 50억 삭감
조건희기자 , 유근형기자
입력 2017-11-27 03:00 수정 2017-11-27 03:00
건보심평원 실태 들여다보니
올해 초 경기도의 한 중증외상센터에 40대 남성 환자가 실려 왔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2m 아래 지하도로 굴러떨어진 환자였다. 의료진은 각종 골절을 우려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다행히 추가 부상은 없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병원이 청구한 건강보험 진료비 중 60만 원을 삭감했다. “결과적으로 이상이 없었으니 불필요한 검사였다”는 이유에서다. 중증외상센터 의료진 사이에선 이렇게 환자 검사 결과가 좋으면 “꽝 나왔다”고 말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진료가 ‘과잉진료’로 매도당하는 데 대한 자조적 표현이다.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 오청성 씨(25)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환자를 살릴 때마다 적자가 커진다”고 호소했다. 그 배경에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불합리한 진료비 삭감 기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삭감당한 진료비는 지난해에만 5억 원 이상이었다. 부산대병원은 10억 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3억 원이었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9곳의 삭감 진료비를 합하면 5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증외상 환자가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끊어진 혈관을 이어 붙이거나 찢어진 장기를 봉합하는 것이다. 귀순 병사 오 씨도 총에 맞아 소장과 폐에 구멍이 났고, 오른팔과 왼쪽 겨드랑이의 혈관이 여러 군데 터졌다. 그만큼 고난도 수술이지만 정부는 수가를 높여주기는커녕 오히려 수술비를 삭감한다. 가장 치명적이라고 판단한 부위 1곳의 수술만 진료비를 100% 지급하고, 나머지는 50∼70%만 주는 식이다. 같은 사고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면 2차, 3차 수술비도 삭감한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환자라면 병원의 부담은 더 커진다. 건강보험 환자에게 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하면 그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보험 환자는 ‘급여’ 진료만 받을 수 있다. 그 외의 치료비는 아예 환자나 보험사에 청구할 수 없다.
실제 한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20대 환자에게 인공피부를 이식했다가 진료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불필요하게 비싼 재료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국공립병원을 포함한 대다수 의료기관은 삭감된 진료비를 의료진의 성과급 등에 반영한다.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한 의료진일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의 의료행위를 유형별로 분석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사설 구급차나 소방헬기로 환자를 옮길 때 사용한 약이나 의료기기에 대해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 문제점 등을 우선 개선할 방침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의 급여 기준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반쪽’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의 추천이 20만 건을 넘어 정부의 종합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특정 청원의 추천이 한 달 내 20만 건을 넘으면 담당부처 장관이 구체적 답변을 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회의를 시작했다.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대와 국회에서의 예산 확보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답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올해 초 경기도의 한 중증외상센터에 40대 남성 환자가 실려 왔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2m 아래 지하도로 굴러떨어진 환자였다. 의료진은 각종 골절을 우려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다행히 추가 부상은 없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병원이 청구한 건강보험 진료비 중 60만 원을 삭감했다. “결과적으로 이상이 없었으니 불필요한 검사였다”는 이유에서다. 중증외상센터 의료진 사이에선 이렇게 환자 검사 결과가 좋으면 “꽝 나왔다”고 말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진료가 ‘과잉진료’로 매도당하는 데 대한 자조적 표현이다.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 오청성 씨(25)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환자를 살릴 때마다 적자가 커진다”고 호소했다. 그 배경에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불합리한 진료비 삭감 기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삭감당한 진료비는 지난해에만 5억 원 이상이었다. 부산대병원은 10억 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3억 원이었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9곳의 삭감 진료비를 합하면 5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증외상 환자가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끊어진 혈관을 이어 붙이거나 찢어진 장기를 봉합하는 것이다. 귀순 병사 오 씨도 총에 맞아 소장과 폐에 구멍이 났고, 오른팔과 왼쪽 겨드랑이의 혈관이 여러 군데 터졌다. 그만큼 고난도 수술이지만 정부는 수가를 높여주기는커녕 오히려 수술비를 삭감한다. 가장 치명적이라고 판단한 부위 1곳의 수술만 진료비를 100% 지급하고, 나머지는 50∼70%만 주는 식이다. 같은 사고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면 2차, 3차 수술비도 삭감한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환자라면 병원의 부담은 더 커진다. 건강보험 환자에게 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하면 그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보험 환자는 ‘급여’ 진료만 받을 수 있다. 그 외의 치료비는 아예 환자나 보험사에 청구할 수 없다.
실제 한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20대 환자에게 인공피부를 이식했다가 진료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불필요하게 비싼 재료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국공립병원을 포함한 대다수 의료기관은 삭감된 진료비를 의료진의 성과급 등에 반영한다.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한 의료진일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의 의료행위를 유형별로 분석해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사설 구급차나 소방헬기로 환자를 옮길 때 사용한 약이나 의료기기에 대해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 문제점 등을 우선 개선할 방침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의 급여 기준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반쪽’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의 추천이 20만 건을 넘어 정부의 종합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특정 청원의 추천이 한 달 내 20만 건을 넘으면 담당부처 장관이 구체적 답변을 하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회의를 시작했다.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대와 국회에서의 예산 확보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답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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