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보디캠… ‘ICT 구급대원’ 뜬다

동아일보

입력 2017-11-21 03:00 수정 2018-02-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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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강원소방본부에 기기 지원

구조복 가슴 부위에 보디캠을 장착한 특
수구조단원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20일 오전 강원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긴급 구조신고가 들어왔다. 산불로 고립된 춘천 봉의산 정상에서 낙상 사고를 당한 등산객이 다급히 조난 신고를 보냈다. 특수구조단이 출동을 준비하는 동안 관제 드론 2대가 현장에 먼저 급파됐다. 상황실은 드론에 장착된 열화상 카메라와 줌 카메라를 통해 화재 범위와 확산 경로를 파악한 뒤 구조 루트를 짰다. 소방관이 조난자를 구조하고 헬기로 이송하는 동안 소방관 가슴에 달린 보디캠이 환자 상태와 위치를 병원에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병원에서 조난자 상태를 먼저 살펴본 의사는 조난자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응급조치를 실행했다.

이는 SK텔레콤이 이날 강원소방본부와 함께 시연한 ‘정보통신기술(ICT) 공공안전 솔루션’ 시뮬레이션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ICT가 재난사고 순간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을 지킬 안전 도우미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장비와 인력만으로 현장 접근이나 실시간 상황 파악이 어렵던 사고 현장에서 제3의 구급대원으로 주목된다.

구조복 가슴 부위에 보디캠을 장착한 특
수구조단원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강원소방본부에 몸에 장착하는 보디캠 230대와 관제용 드론 4대, 실시간 영상 관제 시스템인 T 라이브 캐스터를 결합한 공공안전 솔루션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디캠과 관제 드론은 각각 소방관의 눈과 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재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구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롱텀에볼루션(LTE)망을 통한 T 라이브 캐스터는 현장 영상을 끊김 없이 송신하게 도와준다.

강원도는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면적이 가장 넓어 소방관들의 출동 시간이 길다. 산림이 우거지고 계곡 등이 많아 사고 발생 시 구조 요청자의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 이흥교 강원소방본부장은 “강원도는 관할 면적이 넓은 특성상 특수 재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면 조난자 위치 확인, 효율적인 현장 지휘, 대원 안전 확보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론은 재난 구조 솔루션에서 가장 주목받는 ICT 기기다. KT는 올 7월 열영상 식별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한 ‘세이프티 드론’을 통해 조난자를 식별하는 시연을 부산에서 했다. 또 재난 재해 상황에서 기지국의 핵심 장비를 초소형으로 만들어 드론에 탑재해 통신을 지원하는 ‘드론 LTE’ 솔루션도 개발했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LTE 드론 관제 시스템 시연에 성공한 LG유플러스도 내년부터 드론 관제를 이용해 산간 오지나 물난리 등으로 고립된 재해 지역에 생필품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진 등에 따른 건물 붕괴 현장에서 고립된 생존자를 찾는 데도 드론이 활용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소는 붕괴 현장의 인명 손실을 30% 이상 낮추는 긴급 구조 기술을 개발해 실증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생존 골든타임인 72시간 안에 생명선을 확보한 뒤 매몰자에게 물과 공기, 통신 등을 공급하면서 일주일 내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매몰 현장 상공에서 드론을 통해 3차원으로 건물 붕괴 형상 정보를 취득한 뒤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위치를 탐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72시간 이내에 정밀 굴착 기술을 이용해 공기와 물 등을 공급할 생명선(지름 10cm)을 설치한다. 마지막으로 생존자 매몰 지점까지 직경 1m 내외의 터널을 뚫은 뒤 매몰 공동 안정화 기술을 이용해 인명을 구출한다. 모든 단계는 7일 안에 이뤄지는 게 목표다. 이주형 지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진이나 도심 시설물 노후화, 지하수위 저하 등 시설물 붕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기술로 붕괴 현장의 인명 손실을 30% 이상 줄이고 구호비를 20% 이상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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