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살리고 사랑방 열고… 도시재생, 스타트업들이 뛴다

강성휘기자

입력 2017-11-10 03:00 수정 2017-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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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상가 꾸며 디자이너-봉제사 상생… 독립 책방-이주여성 음식점 등 활용
육아맘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


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창신아지트’에서 의상 디자이너와 봉제 기술자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좁은 골목. 지은 지 40년이 넘은 낡은 건물 4층에선 의상 디자이너와 봉제 기술자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스타트업 ‘어반하이브리드’가 침체된 동대문 패션 경제를 활성화하고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창업 기회를, 지역 봉제 기술자에겐 일감을 만들어주려 마련한 ‘창신 아지트’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빈 상가를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입주자인 김지민 심스라이크킴스 대표(26·여)는 “같은 공간에 있는 기술자들의 도움이 창업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어반하이브리드와 같은 ‘도시재생 스타트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 창의력과 기획력으로 무장한 ‘도시재생 스타트업’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 중인 도시재생 스타트업은 40여 곳. 이들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블랭크’는 구도심 지역에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 도시재생을 유도하고 있다. 철물점이었던 작은 상점을 리모델링한 청춘플랫폼은 2014년 문을 연 뒤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영화 상영회, 글쓰기 모임 등 소모임 활동을 꾸준히 운영해 왔다. 이 과정은 독립 책방, 이주민 여성을 위한 음식점 같은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김지은 블랭크 대표(31·여)는 “단순한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서 한두 발 더 나아가 지역 재생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로컬디자인무브먼트’는 쪽방촌 주민이 일할 수 있는 양말 작업장을 만들거나 쪽방촌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 참여해 공공 디자인을 맡는 스타트업. 이 밖에도 지역 맞춤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워킹맘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도시재생 스타트업이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지자체와 도시재생 스타트업 간 협업 사례도 늘고 있다. 전북 군산시가 어반하이브리드, 블랭크, 로컬디자인무브먼트와 함께 추진 중인 ‘(재래시장인) 영화시장 재생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 사업비 12억 원 규모인 이 프로젝트는 2014년 도시재생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영화시장을 리모델링하고 청년 스타트업을 유치하려는 사업이다.


○ “스타트업 노하우를 ‘도시재생뉴딜’에 활용해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마련된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청춘플랫폼’에서 지역 청년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블랭크 제공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위해서는 이들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소규모’ ‘지역기반’ ‘주민참여’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 스타트업의 특성과 일맥상통한다”며 “이들의 창의력과 기획력에 공적 재원이 더해진다면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최근 들어 대표 도시재생사업인 ‘마을만들기’에 소규모 지역 기반 기업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도시재생 스타트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규모가 작고 자본이 부족한 도시재생 스타트업들은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공모전을 통해 보조금을 받거나 구청 등 공공기관이 소유한 건물을 싸게 임차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금을 지역 내에 재투자해야 하는 도시재생 사업 성격상 수익이 크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관련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 도시재생 스타트업계에서는 유휴 공공자산을 임차한 스타트업이 이를 공유 오피스, 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한 공유재산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또 부동산 스타트업은 벤처 창업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부연구위원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내에서는 공유재산법 적용에 예외를 두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단순히 청년 복지나 실업문제 해소 차원이 아니라 지역 및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도시재생 분야 등 부동산 스타트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0일 ‘부동산 산업, 혁신으로 나아가다’ 세미나를 열고 청년 스타트업을 부동산 산업의 핵심 화두로 삼아야 한다는 어젠다를 제시할 계획이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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