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박정희 풍자 연극’ 결말까지 바꿨다?

김상운 기자

입력 2017-10-30 16:12 수정 2017-10-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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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대본 내용까지 바꾼 정황이 드러난 박근형 연출 ‘개구리’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의 결말까지 바꾸는데 개입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박근형 연출의 연극 ‘개구리’가 국립극단에서 초연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본 내용을 사전 검열하고 결말을 바꾸도록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당 연극은 2013년 9월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용서가 안 되는 연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진상조사위가 이날 공개한 문체부 문건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에 따르면 “(해당 연극이) 일부 정치 편향적이라 오해될 소지가 존재한다”며 “당초 극본 초안에는 그분(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상으로 모시고 오는 결론이었고 정치적 풍자 및 표현 등이 과도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어 “연출가로 하여금 결말을 수정토록 하고 과도한 정치 풍자를 대폭 완화토록 지도하는 등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도록 조치했다”고 썼다.

문체부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박근형 연출가에게 연극 대본의 결말을 수정토록 한 사실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연극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그분 대신 저승에 있는 동자승의 어머니가 이승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그려졌다. 김준현 변호사(진상조사위 제도개선소위 위원장)는 “예술 활동에 대한 사전 검열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증거”라며 “블랙리스트에 따른 지원배제뿐만 아니라 작품내용에 대한 개입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건은 2013년 9월경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가 작성한 걸로 조사됐다. 앞서 그달 3일 연극 ‘개구리’가 공연에 들어갔으며, 9일 김기춘 실장의 비판발언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는 문체부가 ‘개구리’에 대한 대본 수정조치 결과를 문건으로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문체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사업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신경림 시인과 박범신 소설가 등이 배제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시영, 김수복 시인은 2016년 2월 미국 하와이대와 UC버클리대 한국문학행사 지원에서 배제됐으며, 신경림 시인과 박범신 소설가는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 한국문학행사에서 제외됐다.

이밖에 박명진 전 문화예술위원장과 박계배 예술인복지재단 대표가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진행상황과 대응책을 보고한 문건도 공개됐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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