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잡아라” “안 문다”… 곳곳 실랑이

신규진 기자 , 최지선 기자 , 김예윤 기자

입력 2017-10-25 03:00 수정 2017-10-25 08:3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반려견 동반 가능 쇼핑몰 가보니

반려견 동반 쇼핑이 가능한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에서 23일 한 중년 남성이 반려견의 목줄을 바닥에 내려놓은 채 의자에 앉아 있다. 고양=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변한 게 없네요.”

23일 경기 고양시의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서 만난 주부 이모 씨(34)가 불쾌한 듯 말했다. 이 씨의 시선은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반려견과 주인을 향해 있었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이날 반려견 대부분은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는 쇼핑객이 많았다. 이 씨는 “목줄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라며 “개가 아이한테 가까이 다가와 깜짝 놀랐는데, 정작 주인은 ‘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바라만 봤다”고 말했다.

평일 낮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 중년 남성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안고 있던 갈색 푸들 한 마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목줄은 풀어져 있었다. 푸들은 곧바로 근처 반려견 출입금지 매장으로 달려갔다. 스타필드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지만 매장에 따라 출입을 제한한 곳도 있다. 푸들이 들어가자 매장에 있던 손님들은 “당장 데리고 나가라”며 개 주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반려견을 데리고 온 황모 씨(58)는 간이판매대에서 옷을 고르다 잠시 바닥에 목줄을 내려놓았다. 개가 목줄을 끌고 돌아다니자 곧바로 이곳저곳에서 “목줄 잡아라”는 외침이 들렸다.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가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의 프렌치불도그에게 물린 뒤 사망한 사건 후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곳곳에서 일반인과 개 주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주부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카페에는 “쇼핑몰 복도에서 ‘영역 표시’를 하는 모습을 봤다” “끈을 짧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개 주인으로부터 ‘레이저 눈빛’을 받았다” 등 일부 개 주인의 안일한 모습을 비판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주부 윤모 씨(36)는 사건 이후 외출 때 아들에게 두꺼운 양말을 신게 한다. 공원 등지에서 만나는 반려견이 아들에게 다가와 발을 핥는 경우가 많아서다. 윤 씨는 “지금껏 물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지켜만 봤는데 사건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개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과 그 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신고를 하려면 개 주인의 이름 등 인적사항도 파악해야 한다. 이웃이 아닌 경우 정보를 알기 어렵다. 벌써부터 유명무실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고포상금제 시행에 앞서 반려견 인식표 부착이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인식표에는 주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동물등록번호 등이 명시돼 있다. 이형석 우송대 동물보호학과 교수는 “인식표가 없으면 주인을 알기 어렵다”며 “지금도 인식표 미부착 시 주인에게 과태료 20만 원을 부과하지만 이 역시 단속이 안 돼 지키지 않는 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개파라치 제도가 정착하려면 주인을 쉽게 특정할 수 있도록 외출 시 반드시 인식표를 부착하도록 해야 한다”며 “동물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려견 관련 교육 및 홍보를 확대해 인식표 부착에 대한 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양=신규진 newjin@donga.com / 최지선·김예윤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