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家電 ‘한국시장 역습’

김지현기자

입력 2017-10-02 03:00 수정 2017-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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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가 양분했던 국내 시장, 가격 경쟁력 앞세워 젊은층 공략
英다이슨 작년 수익 2배로 증가… 獨보쉬 세탁기-건조기 내년 출시


해외 가전업체의 한국 시장 ‘역습’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실상 양분해 왔던 국내 대형가전 시장에 밀레와 다이슨, 블루에어 등에 이어 보쉬 등 해외 유명 업체들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며 점유율 확보에 나선 것이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독일 가전업체인 보쉬는 최근 빌트인 냉장고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순차적으로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 프리 스탠딩 냉장고 등을 순차적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보쉬 측은 “그동안 유럽 등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대형 가전제품을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가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통 강호인 보쉬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는 전동공구 위주의 사업을 해왔지만 이번 냉장고 출시를 계기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사실 한국 시장은 외산 가전업체들의 무덤으로 여겨져 왔다. 세계 시장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AS)를 꽉 잡고 있다 보니 외국 업체들이 뚫고 들어오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초프리미엄’ 전략을 세우면서 외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갔다. 즉, 국내 소비자들이 굳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서 국산을 고집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국내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과거 해외에서 사용했던 현지 브랜드를 찾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외국 가전업체들은 눈 높은 소비자가 많은 한국 시장을 전체 아시아 시장 진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테스트 베드’로 여기고 있다. 2006년 한국 지사를 세운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10여 년에 걸쳐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시장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밀레코리아 창립 10주년을 맞아 방한한 마르쿠스 밀레와 라인하르트 진칸 공동 회장은 “한국은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법인”이라며 “2005년 대비 B2C 매출액은 413%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국내 시장에 처음 이름을 알렸던 영국 다이슨도 최근 무선청소기(사진)와 공기청정기와 냉·온풍기, 헤어드라이기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한국 시장에서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특히 무선청소기 판매가 늘면서 지난해 한국 시장 수익은 전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다이슨 측은 “한국 시장은 다이슨의 상위 10대 매출 발생 국가 중 하나로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도 국내 시장에서 무선청소기 성공을 발판으로 소형 주방 가전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스웨덴의 공기청정기 업체 블루에어도 지난해부터 한국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며 산후조리원 및 유치원 등과 공급 계약을 늘려가고 있다. 소비자가격이 100만 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 많지만 최근까지 국내 시장에서 연매출 세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특히 젊은 소비자 층을 중심으로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해외 직구 등이 일반화되면서 자연스레 입소문이 퍼진 것도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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