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멈추고 삶의 여운만 흐른다

김재범 기자

입력 2017-10-02 05:45:00 수정 2017-10-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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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맞닿은 하얀 꼭지점의 지붕들이 눈길을 끄는 알베로벨로의 여유로운 한낮 풍경. 한 번에 너무 많이 보려고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빌려 거닐다 보면 지중해의 풍광이 시나브로 마 음 속으로 스며들어 온다. 사진제공|디스커버리 투어

지중해의 화사한 햇살, 고대부터 근·현대사까지 풍부한 문화. 역사 유적. 그리고 영화 ‘대부’의 아련한 향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탈리아 여행 단골 코스는 로마나 피렌체를 기점으로 베네치아, 밀라노 등 대부분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에 쏠려 있다. 하지만 중북부에 비해 유명세는 조금 덜하지만 남부 이탈리아 역시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의 고장이다. 유럽 문명의 원형인 고대 그리스와 페니키아의 전설이 있고, 아라비아 문명과 바로크의 문명을 만날 수 있는 해양도시도 있다. 제주도의 14배에 달하는 시칠리아 섬에는 아랍문화와 고대 그리스 문화가 꽃을 피운 휴양지 타오르미나와 철학자 아르키메데스의 고향인 트라파니가 있다.

이번에 스포츠동아가 디스커버리투어와 함께 준비한 이탈리아 여행이 바로 이곳, 남부 이탈리와와 시칠리아섬을 돌아보는 8박9일의 여정이다.

● 남부의 보석 같은 세 도시, 바리 타란토 그리고 레체

이탈리아의 남동쪽 풀리아주.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에서 뒤꿈치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아시아와 아랍문화를 만나는 해양교통의 요충지였고, 르네상스 이후 펼처진 바로크 문화 유적도 잘 보전되어 있어 다양한 매력의 보석같은 도시들이 있다.

우선 바리가 있다. 풀리아의 주도로 동쪽 아드리아해를 통해 세계와 이어지는 동방무역의 관문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오래전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바리 구도심에 있는 산 니콜라 대성당은 수많은 기적으로 유명한 성지 순례지이다. 4세기에 활동한 산 니콜라 주교는 터키에서 빈민을 구제하고 어린아이들을 돕기 위해 평생을 바친 성인으로 산타클로스의 실제 모델이다. 원래 그의 유해는 터키에 있었으나, 11세기에 바리 사람들이 유골을 훔쳐 와 산 니콜라 대성당에 안치하면서 이 도시의 수호성인이 됐다.

해양도시인 타란토는 포세이돈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의 아라곤 성에서는 시내와 함께 이오니아 해를 바라볼 수 있다. 항구도시답게 지중해산 굴 요리와 홍합 파스타로도 명성이 높다. 또한 이탈리아의 유명 리빙 브랜드 나뚜찌(Natuzzi)의 본 고장이기도 하다.

바리, 타란토와 함께 풀리아 지방의 세 보석으로 꼽히는 레체는 로마 원형극장, 두오모 성당, 산타 크로체 성당 같은 웅장한 건물과 고색창연한 구시가지, 그리고 광장이 아름다운 해안 도시이다. 매년 피아노 페스티벌과 유럽 영화제가 열리고, 도심에서 10km 떨어진 바닷가에서는 ‘빵 축제’와 ‘ 물고기 축제’가 열린다.


● 니노 로타의 선율, ‘대부’의 추억에 젖는 시칠리아 투어

장화 모양의 반도 코 앞에 위치한 시칠리아는 둘레가 1000km에 달하는 이탈리아 최대 섬이다. 이곳도 아랍문화와 그리스 문화의 다양한 유적을 만날 수 있는 유서 깊은 지역.

시칠리아의 여행을 보다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영화 ‘대부’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 여행 전 니노 로타 작곡의 ‘대부’ 주제곡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음악을 들으며 거닌다면 감흥을 배로 높일 수 있다.

‘대부’에서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시칠리아로 피신한 알 파치노가 첫눈에 반한 마을 처녀 아폴로니아의 집을 찾아가 교제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던 바텔리 바부터 아폴로니아와 결혼식을 올린 산 니콜로 성당, 그리고 ‘대부3’편에서 자신을 노리던 범죄조직의 총격을 받아 쓰러진 딸을 안고 오열하던 팔레르모 마시모 극장 앞 계단 등 영화의 감동을 되새길 명소들이 많다.

이밖에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는 활화산 에트나의 웅장한 위용, 그리스 문화유적이 있는 시라쿠자, 신들의 언덕 투어로 유명한 아그리젠토, 마르실라의 와이너리, 그리고 시칠리아의 대표 도시 팔레르모 등도 꼭 챙겨봐야 할 명소다.

저 멀리 연기를 뿜고 있는 에트나 화산과 한가로운 항구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 카타니아(왼쪽)과 그리스의 신전이 잘 보존되어 있는 아그리젠토의 인기 관광코스 ‘신들의 언덕’. 사진제공|디스커버리투어
● ‘맛의 고장’ 시칠리아, 눈과 혀가 호강하네

이번 여행의 주요 방문지 시칠리아는 향토색 짙은 맛의 고장이다.
아랍의 영향을 받은 단짠(단맛과 짠맛)의 풍미에 신선한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요리가 많다. 트라파니식 쿠스쿠스는 밀알이나 건어물 분말을 증기로 쪄 생선, 갑각류, 기타 해산물의 국물로 간을 한다. 치폴라타 디 톤노는 참치 토막에 올리브유, 식초, 양파, 프레체몰로, 고추로 양념하여 오븐에 구운 것으로 시칠리아의 대표 생선요리중 하나이다. 메시나 지역에는 양파즙, 토마토, 감자, 카페리, 올리브유, 후추, 셀러리 등을 넣어 푹 익힌 새치다래탕이 있다. 팔레르모에는 일품요리로 잣, 계피, 건포도, 멸치 등으로 속을 채우고 빵가루를 묻힌 정어리 튀김과 정어리 파스타가 일품이다.

이밖에 전통음식으로 버섯, 완두콩, 모차렐라 치즈, 햄을 넣어 만든 오렌지색의 둥근 또는 약간 삼각형 모양의 주먹밥, 아란치네가 있다.

과자와 케이크 아이스크림도 다양한데 아랍에서 유래한 반쯤 얼린 카스텔라로 만든 카사타로와 카놀리가 잘 알려져 있다. 브리오슈 빵에 끼운 아이스크림과 싱싱한 오렌지를 갈아 만든 쥬스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아침 단골 메뉴다.

시칠리아 와인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맛이 강한데, 명성 있는 포도주로는 네로다볼라, 알카모, 체라 수올로 디 비토리아, 에트나 롯소, 코르보 디 살라파루타, 레가레알리를 꼽을 수 있다. 디저트용 와인으로는 단연 마르살라가 인기다. 마르살라는 이탈리아 와인의 간판스타격인 토스카나나 피에몬테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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