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政經분리 기조 훼손해선 안돼

동아일보

입력 2017-09-30 00:00:00 수정 2017-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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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실제 준비 중인 정부 차원의 통상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백악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한미 FTA 폐기를 한국에 통보하는 편지까지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한 세미나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는 한국의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가 한미 FTA를 폐기하고 싶어 하는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해 부적절하며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 기조를 빌미로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정경 분리의 기조를 스스로 훼손하는 셈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행사에서 “한미 FTA 폐기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한 것은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통상 이슈를 정치 문제와 엮는 무리수를 중단해야 한다.

다음 달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는 미국 측이 FTA 개정협상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FTA 효과를 공동 조사해 양국이 얻은 득실과 무역수지의 원인을 분석하자는 당초의 요구를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주장은 정치적 기반인 낙후된 북부·중서부 제조업 지대, 즉 러스트벨트의 백인 중산층 노동자를 의식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가 양국 교역량과 일자리 증가 등 FTA 효과를 부각하는 긍정적 통계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가 원하는 것은 논리적인 숫자가 아니라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다. 김현종 통상팀은 명분을 양보하되 실리를 얻는 협상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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