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에 기댄 필수백신… 공급 부족해 국산화 시급

조건희기자

입력 2017-09-25 03:00:00 수정 2017-09-2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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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둘러싼 의문과 과제
소아마비 백신 충분히 확보 못해… 4∼6세 추가접종 내년 2월로 연기
온라인서 백신 부작용 사례 부풀려… 도시지역-선진국 ‘백신 거부’ 확산


소아 예방접종은 감염병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소아마비 및 결핵 백신의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해외 제약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역학(疫學)의 세계에서 예방접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질병 관리 수단으로 꼽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예방접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감염병 확산 방지, 의료비 절감 등으로 총 16달러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선 결핵, 소아마비 백신 부족 사태로 인해 “예방접종 자급 역량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아키(약을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 논란에서 보듯 예방접종 거부 현상도 여전하다. 예방접종을 둘러싼 의문과 과제를 짚어봤다.
 


○ 필수 백신 국산화 시급

12세 이하가 무료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 및 병원체는 총 16종이다. 결핵과 B형간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홍역, 풍진, 유행성이하선염, 수두, 일본뇌염이 대표적이다. 2013년 이후 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균(뇌수막염 등의 원인), 폐렴(폐렴구균), 자궁경부암(사람유두종바이러스), A형간염, 인플루엔자(독감)가 추가됐다. 접종 지원 비용 대비 예방 효과가 큰 감염병을 우선적으로 정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4∼6세 아동의 소아마비 백신 추가접종을 내년 2월로 연기했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소아마비가 크게 유행하면서 우리 정부가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소아마비 예방은 기초접종 3차례(생후 2, 4, 6개월)와 추가접종 1차례(4∼6세) 등 총 4번 이뤄진다.

결핵 백신도 상황이 비슷하다. 결핵 백신은 피내용(주사액을 피부에 주입)과 경피용(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그 위를 바늘로 눌러 주입)으로 나뉜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피내용을 무료로 지원한다. 하지만 국내에 공급할 피내용 백신을 전량 생산하는 일본과 덴마크의 제조공장이 민영화, 수리 등의 이유로 최근 생산량을 줄여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다음 달 16일부터 내년 1월 15일 결핵 백신을 맞을 아동은 피내용 대신 경피용을 택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공급 경로를 다양화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급 부족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주요 백신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등 주요 의약품을 공공제약사가 생산하도록 하는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6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업계 반발로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태다.
 


○ 도시-선진국에서 심한 ‘백신 거부’

전문가들은 백신 부족 못지않게 ‘백신 거부’ 현상을 우려한다. 안아키 카페 운영자인 한의사 김모 씨(54·여)는 “아이에게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말고 수두 감염자와 접촉시켜 면역력을 키우라”고 주장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유사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예방접종 거부 현상은 선진국과 도시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에 태어난 43만8982명의 국가예방접종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필수 예방접종 20차례를 모두 완료한 아동의 비율은 서울 광주(이상 88.2%) 부산(88.3%) 대구(88.4%) 등 대도시가 강원(91.8%) 충남(91.5%) 충북(91.2%) 등 농촌 지역보다 낮다. 시군구 중에선 강원 태백시(96.9%)가 1위, 서울 용산구(80.8%)가 최하위를 차지했다.

감염학계에선 온라인에서 일부 백신 부작용 사례가 부풀려져 예방접종에 대한 편견이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선 “홍역 백신을 맞으면 자폐증에 걸린다”는 소문이 돌아 시민들이 홍역 예방접종을 거부하면서 2000년 퇴치 선언한 홍역이 2014년부터 미네소타주를 중심으로 다시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방접종 백신 부작용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12∼2016년 12세 이하 국가 예방접종 6653만7801건 중 부작용 신고는 1432건이었고, 이 중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예방접종 부작용은 284건이었다. 전체 예방접종 대비 부작용 사례는 0.0004%에 불과한 셈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률이 80% 수준으로 떨어지면 실제 면역률은 70%에도 못 미쳐 집단 면역에 문제가 생긴다”며 “예방접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웹사이트를 정부가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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