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위해 몸 던진 의인들… 그 의인들을 보듬은 LG

김재희기자

입력 2017-09-19 03:00 수정 2017-09-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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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의인상’ 시상 2년… 강릉 순직 소방관 2명 53번째 선정

LG그룹은 17일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는 이날 새벽 1956년 지어진 목조 기와 정자인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붕괴된 건물 잔해에 매몰돼 순직했다.

두 소방관은 전날 밤 불이 났다가 진압된 석란정에서 다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정자 안으로 들어가 잔불을 잡다가 사고를 당했다. 두 소방관은 10여 분 만에 동료들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다. 유가족에게는 각각 5000만 원이 전달됐다.

두 소방관은 LG가 사회의 숨은 의인들을 찾아 2015년부터 시상해온 ‘LG의인상’의 53번째 수상자가 됐다. 소방관, 경찰, 군인 등 ‘제복의인’부터 이웃을 위해 몸을 던진 ‘시민의인’까지 그 주인공은 다양하다.

사회적 의인이 등장할 때마다 항상 시상하고 상금을 전달하는 기업은 LG가 유일하다. LG복지재단이 의인상을 제정한 데는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LG의인상의 첫 수상자인 정연승 특전사 상사는 2015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유가족에게는 1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원 삼척시 초곡항 인근 교량 공사 현장에 고립된 근로자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파도에 휩쓸려 순직한 박권병 경장과 김형욱 경위에게 LG의인상을 주고 유가족에게 각각 1억 원을 전달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급박한 사건 사고에서 희생정신을 발휘한 ‘시민의인’들도 돋보였다. 이들은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지난해 11월 원만규 씨는 경기 부천시 화재 현장에서 본인의 크레인으로 베란다에 갇힌 일가족 5명을 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굴착기 기사 안주용 씨가 경기 화성시 방교초 화재 현장에서 굴착기 버킷으로 난간에 고립된 학생 8명을 구조했다.

올 2월 경북 군위군 주택 화재 현장에서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할머니를 구해낸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니말 씨에게도 LG의인상과 치료비를 포함한 상금을 전달했다. 니말 씨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LG의인상을 수상했다.

상금을 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LG는 수상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맞춤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니말 씨가 6월 초 보건복지부 의상자로 지정받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임이 드러났다. LG복지재단은 치료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치료비자 발급을 돕고 2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대학생 의인상 수상자는 LG 계열사 채용으로까지 연결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2월 대구지하철 1호선 명덕역 승강장에서 선로에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최형수 씨다. 당시 해병대 병장이었던 최 씨에게 대학 졸업 시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채용하기로 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최 씨는 졸업과 동시에 인사팀과 협의해 원하는 계열사로 입사할 예정이다.

LG 관계자는 “‘의로운 일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도 강한 책임감을 발휘하며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 씨는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3학년 재학 중에 입대했다.

LG의인상 수상자 중 일부는 상금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선행을 베풀었다.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에서 태풍 ‘차바’로 인해 발생한 여객선 표류 사고 현장에서 선원 6명을 구한 여수해경 122구조대 소속 신승용 구조대장 등 해경 5명은 해양경찰 유가족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장학재단 ‘해성장학회’ 등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역에서 기도가 막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민을 응급처치로 구조한 해군작전사령부 소속 반휘민 중위도 상금을 노숙인 보호시설인 경기 성남시 ‘안나의 집’에 전액 기부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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