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블랙리스트 다시 살펴보겠다”

박훈상기자 , 이호재기자

입력 2017-09-13 03:00 수정 2017-09-1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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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
재조사 거부 양승태 대법원장과 달라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2일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올해 3월 9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때 김 후보자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이날 “그 자리에서 김 후보자는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위해제시켜야 한다는 등 사법행정권을 농락하고 사법부를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장회의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법원장 등 30여 명이 참석해 진보 성향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주최 학술대회를 대법원이 축소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 후보자는 이 모임의 1, 2대 회장을 지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 결과 보고’ 문건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18차례나 발언했다. 김 후보자 다음은 7차례 발언한 모 법원장이었다. 김 후보자는 사법권 행정 남용 의혹에 대해 “최근 2, 3일 사이의 일에 경악하고 있다”면서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위원장 선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큰 인연이 없는 전직 대법관 중 신뢰를 얻고 행정처와 연관이 없는 분이 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A, B 대법관을 빼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을 시인했다. 또 조사 범위에 대해 김 후보자는 당시 “이번 사태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법관 독립을 해하는 사례가 있는지,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는 없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법원행정처장이 대법원장에게 건의해 차장 보직을 사법행정권을 행사하지 않는 곳으로 변경해 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직무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김 후보자의 발언만 요약 정리돼 있다. 주 의원은 “당시 참석한 법원장들이 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사법부를 탈취하려는 사람 같았다’, ‘춘천지법원장이 처장 이상의 권한을 행사한다’, ‘대법원장 위에 있는 사람이다’와 같이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그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너무 놀란 상황이라 격앙됐을 수 있지만 (그런) 의도나 취지는 갖고 있지 않았다”며 “철저히 진상 조사해야 하는데 현 차장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되니까 사법행정권과 관련 없는 곳으로 피해 주면 어떻겠느냐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야당은 “회의 녹음파일이 존재한다”며 제출을 요구했으나, 김 후보자 측은 자료가 없다며 거부했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청문회 준비팀 외에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판사들을 만나 청문회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다. 9월 3일 일요일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의 서울동부지법 C 부장판사와 서울고법 D 판사가 서초동 빌딩을 찾아온 사실을 후보자가 시인했다. 김 후보자는 “저와 인연이 있고 국제인권법이라고 하니 못 만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였던 김형연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5월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에 대해 김 후보자는 “아무리 개인적 사정이 있어도 사직하고 바로 정치권으로 가거나 청와대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법원행정처가 문제가 되는 판사의 명단을 작성해서 보관 중이라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증거가 없다고 돼 있는데 제대로 조사가 안 됐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를 거부하며 사정을 말씀하신 것도 있어서 다시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현 대법원과 달리 재조사에 나설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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