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한국지분 97% 매각… 日 경영권 장악 ‘실탄’ 확보하나

김현수 기자 , 박은서 기자

입력 2017-09-13 03:00 수정 2017-09-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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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롯데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매각한다. 명분은 롯데 지주사 설립에 반대하는 주주의 권리 행사다. 속내는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화력을 집중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운영하는 SDJ코퍼레이션은 12일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의 97%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개 회사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설립을 위해 지난달 29일 각각 주주총회를 통해 분할 합병을 확정했다.

SDJ 측은 “단순히 주식을 팔겠다는 게 아니라 이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DJ 측은 그러면서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의 7.95%, 롯데칠성음료의 2.83%, 롯데푸드의 2.00%, 롯데제과의 3.96%를 갖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가로 계산하면 세금을 제외하고 총 7681억 원어치다. SDJ코퍼레이션이 밝힌 대로 이 중 97%를 처분하면 7451억 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 매각이 완료되면 신 전 부회장은 이 4개사의 지분 소량과 롯데상사(8.03%), 코리아세븐(4.10%), 롯데건설(0.37%) 등 주식만 보유하게 된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롯데쇼핑 실적이 나쁘다면서 주주 제안을 통해 ‘롯데쇼핑을 제외한 분할 합병안’ 추진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제과 등 3개사 주주의 90%가량이 지주사 전환을 지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의 지분 처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백기를 들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런 해석은 최근 신 전 부회장 주변의 행보와도 연결되고 있다. SDJ는 한 달쯤 전 국내 여론전 및 소송을 맡았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자문 계약을 끝냈다.

형제간 화해 노력이 감지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당시 신 전 부회장 편에 섰던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아들 신동우 전무가 최근 언론에 “친인척들이 신동빈, 신동주 형제간 화해 분위기를 모색하고 있다. 9월 중 독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신선호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총괄회장)의 동생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실탄을 확보한 뒤 일본으로 화력을 집중시키기 위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 전 행장과의 결별도 화해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략적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썼다고 알려진 신격호 창업주의 평전 ‘나의 아버지 신격호’의 출간이 중단된 상태다. 책 내용 일부가 일본 롯데 경영권과 관련해 재판에서 불리할 수 있어서다. 이에 신 전 부회장이 책 출간을 주관한 민 전 행장에게 노발대발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평전에는 신 총괄회장이 2013년 고관절 수술을 받고 기억의 커튼이 내려간 것으로 나온다. 이는 신 전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으로 얻은 1주 덕분에 ‘50%+1주’로 2015년 동생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쫓아냈었다. 이에 롯데그룹은 일본 법원에 광윤사 주총 무효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일본 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재판을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한국에서 뒤집기에 성공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마지막 남은 일본 광윤사의 과반 지위를 지키고 일본 주주들을 포섭하기 위해 일본에 자금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롯데 주식매수청구권 및 롯데쇼핑 지분 블록딜 매각을 통한 현금 등 약 1조 원을 확보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회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한일 롯데그룹은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주력 계열사의 흐름으로 돼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광윤사(28.1%)를 지배한 신 전 부회장이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할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커진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정상적으로 상장됐다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줄어들어 한국 롯데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무기한 연기되면서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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