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의사기자의 팩트 차트]남성갱년기

동아일보

입력 2017-09-12 10:48 수정 2017-09-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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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갱년기’는 드라마나 영화, 문학작품에서 만들어낸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여성처럼 폐경이라는 확실한 표지판이 없다는 점만 다를뿐, 여성 갱년기처럼 의학적으로 진단과 처방이 가능한 분명한 신체변화다.

대한민국 남성의 40대 중후반, 50대는 직장에서는 명예퇴직의 위기를 체감하며 자녀 결혼 등 몫돈 걱정, 노후에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그래서 많은 중년남성들은 신체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찾아오고 기력이 예전같지 않아지는데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정신적·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만 여기곤 한다. 몸의 이상이 아니라 마음의 이상, 즉 생노병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정신적 변화의 한 단계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40, 50대에 겪는 기력저하, 우울증, 성욕상실 등 신체적 변화의 대부분은 실제로는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남성갱년기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다만 여성 갱년기와 달리 뚜렷한 시작 시점이 없고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이 남성갱년기라고 자각하지 못한 채 나이 탓 만하며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대한남성과학회, 대한남성갱년기학회의 도움말로 남성 갱년기에 대해 샅샅이 알아봤다.





혈액검사로 간단히 진단 가능

의학적으로 남성갱년기 증후군은 남성호르몬이 감소해 근력, 지구력이 감소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고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아 대인 관계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남성갱년기 증후군을 앓고 있으면서도 나이 탓, 계절 탓만 하면서 방심하다가는 우울감, 무력감, 피로감 등의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 사회생활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보양식 부터 찾기 보다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상태를 진단 받고 적절한 치료법을 논의하는 것이 좋다.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은 최근 보편화된 일반 건강검진에 추가해 남성호르몬인 혈중 테스토스테론을 측정해 보는 것도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측정비용은 1만2000원 가량으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한번쯤은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혈액검사에서 남성호르몬 저하가 확인되고 남성호르몬 저하와 관련된 증상이 존재한다면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남성갱년기 40대 이상 2.1%¤38.7%

폐경기가 오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저하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은 40대 이후 매년 1.4%씩 감소한다. 서서히 감소되므로 남성은 미리 알기가 쉽지 않다.

해외 연구에 의하면 갱년기에 접어들어 남성갱년기증후군 증세를 뚜렷이 보이는 남성의 비율은 작게는 2.1%, 많게는 38.7%로 비교적 다양하게 보고 되고 있다. 이는 각 유병율 조사마다 기준으로 삼는 남성호르몬 수치가 조금씩 차이가 있고, 증상의 유무를 어떻게 판정했느냐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부산대병원에서 2013년 40세 이상의 부산 거주 남성 534명을 대상으로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 350ng/ml 미만과 남성 갱년기 체크리스트의 양성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약 25.6%에서 남성갱년기 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렇듯, 남성갱년기 증후군 환자의 유병율은 발기부전의 발생율 못지않게 비교적 높다.


남성갱년기 성기능만?

성욕감퇴, 발기력 저하와 같은 성기능 관련증상이 남성갱년기증후군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러나 최근엔 성기능 이외에도 신체의 많은 부분이 남성호르몬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남성건강에서 필수적인 호르몬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스토스테론 감소와 관련된 신체 상태를 살펴보면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은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초래하기도 하고 반대로 테스토스테론이 저하된 경우 잘 발생하는 만성질환이다. 그리고 우울감, 불안증, 근육량 감소, 골다공증 등은 테스토스테론이 저하될 경우 위험도가 상승한다. 반면 고혈압에 대한 영향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만약 전문의의 진단 결과, 위의 증상들이 테스토스테론 부족으로 나타난 갱년기 증상이라면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은 갱년기 증상이 확실히 존재하면서 혈액검사에서 남성호르몬 저하가 확인된 경우이다.

남성호르몬 치료제의 종류와 선택은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손환철 비뇨기과 교수가 환자의 진료 뒤 환자에게 맞는 처방전을 입력하고 있다. 남성갱년기 치료약인 남성호르몬은 알약, 겔제제, 주사제 등 다양하다.

호르몬 대체요법을 위한 이상적인 테스토스테론 사용의 원칙은 알약이든 주사제든 △일단 본인에게 잘 맞아야 되고 △안전하면서 효과적이고 △충분하게 작용돼야 하며 △사용하기 간편하며 △가격이 저렴하고 △부작용이 적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사용 중인 테스토스테론 약제의 종류는 형태별로 크게 분류한다면 먹는 알약, 몸에 바르는 겔제제, 주사제로 나누어진다. 현재 국내에서는 △먹는 약은 1개 △바르는 겔제제는 2가지 △주사제는 2,3주마다 투여 받아야 하는 단기 지속형이 2,3가지, 3개월마다 투여 받는 장기 지속형이 1가지 등이 있다. 주로 먹는 약과 주사제가 많이 사용되며, 몸에 바르는 제제도 일부 환자에서 선호되는 편이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되며 비용은 각 약제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략적인 월 평균 치료비용은 3만¤1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남성 호르몬 대체요법은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부작용, 환자의 나이, 생활방식에 따른 편의성 등의 고려가 필수다. 치료 초기엔 약효기간이 짧은 경구용 제제 혹은 겔 형태로 시작한 뒤 여드름, 여성형 유방증, 적혈구 증가증 등의 부작용 등의 위험이 없는 환자에서는 사용이 편리하고 작용기간이 긴 주사제로의 전환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남성 호르몬 치료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은 전립샘(선)의 건강이다. 전립샘비대증, 전립샘암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엔 남성호르몬 투여가 병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남성호르몬 치료를 하기 전에 대부분 전립샘 관련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

몇 년 전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논문이 유명 저널에 게재되고 방송에도 나와서 큰 이슈를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이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다시 명시했다.

그리고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면 적혈구 생성이 증가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만성폐쇄성 호흡기 질환이나 울혈성 심부전증 환자에게는 혈전증 증가 위험을 가져온다. 따라서 80대 이상 고령자나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남성호르몬 보충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단기 작용형 주사제의 경우 혈액에 바로 남성호르몬이 직접 고농도로 투여가 되므로 주사 직후에 남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한 상승을 했다가 다음 주사 직전에는 체내 농도가 감소되는 등 혈중 남성호르몬의 농도의 변화 폭이 심하기 때문에 노인 환자에서 주사제 치료를 할 경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근육 강화용 남성 호르몬? NO!




근육강화를 위해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큰일 날 수 있으니 절대로 하지 말라’다. 물론 남성호르몬을 외부에서 투여하면 근육을 빨리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몸속에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면 근육을 빨리 키울 수 있고, 혈색소인 헤모글로린의 농도가 올라가서 산소운반이 쉬워진다. 그래서 운동능력이 증가한다. 하지만 심장의 근육이 비대 되고, 혈색소가 증가하여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면 심장이나 뇌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심한 경우 혈관이 막혀 갑자기 급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운동선수들 중 남성호르몬 사용 후 급작스런 사망에 이른 예도 있다. 또 외부에서 투여되는 남성호르몬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몸 속 자체 남성호르몬 생산 기능은 억제된다.

특히 젊은 남성, 미혼남성이거나 자녀를 가지기 원하는 경우 남성호르몬을 투여 받으면 오히려 고환에서의 자발적인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게 되고, 정자 형성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심한 경우 무정자증으로 갈 수 있다. 대부분이 외부의 남성호르몬을 중단하면 기능이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원하는 시기에 자녀를 가지지 못하는 불임 상태가 될 수 있다.


평소 예방법은



모든 여성이 갱년기를 지나듯이 남성에게도 갱년기는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다. 다만 여성은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한다해도 100% 폐경을 겪지만, 남성은 본인의 건강관리와 생활여건에 따라 거의 아무 증상없이 갱년기라는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도 많다.

음주와 흡연, 비만이나 스트레스 등은 남성 갱년기 발생시기가 앞당겨 질 수 있으므로 열량이 높은 보양식을 과식하는 것 보다는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을 유지하는 것도 남성갱년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과거의 정력식은 장어요리, 삼계탕 같이 단백질과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음식이거나 동물의 음경 등 성기능을 연상하게 하는 음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이 대부분이다. 과거 영양부족의 시대에서 근력의 기본이 되는 단백질과 칼로리가 높고 성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콜레스테롤의 섭취는 신체기능의 회복에 적잖은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음식과잉 칼로리 과잉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지방만 늘리고, 혈관을 손상시키는 맞지 않는 건강식일 수 있다.

현대의 정력식은 무엇일까? 먼저 가장 확실한 정력식은 운동이다. 운동을 통한 혈류개선과 심장기능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해 토마토, 당근, 마늘 등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아연과 미네랄이 풍부한 굴, 연어 등이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 단, 칼로리를 고려하여 과잉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2000년 서울대 의대 졸업, 통합의학 박사 겸 의사. 2001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의학 건강 분야의 수많은 단독기사와 심층 해설 기사를 써왔음.)

※ 도움말

양대열 대한남성과학회 회장(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세웅 대한남성갱년기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손환철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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