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 불신에… ‘착한 제품’ 없어서 못팔아

정민지기자

입력 2017-09-07 03:00 수정 2017-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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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란 판매 ‘도담촌’ 이용자 급증… 성분 모두 밝힌 애경 세제 불티
면 생리대 매출 10배 이상 늘어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 친환경 동물복지 유정란을 생산하는 벽오리농장 박대수 씨(위쪽 사진)와 성분명·함량을 모두 공개한 애경의 ‘투명한 생각’ 브랜드 제품(아래쪽 사진). 도담촌·애경산업 제공
“싼 것만 찾던 소비자들을 보며 서운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돈을 더 내고서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져요.”

충남 서천군에서 ‘벽오리농장’을 운영하는 박대수 씨(44)는 요즘 유정란 주문이 밀리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루에 계란 1000∼1200알을 생산하는 소규모 농가지만 동물복지와 친환경 농가로 입소문을 타면서 ‘살충제 잔류 계란’ 사태 이후 주문이 폭주했다. 박 씨는 “지금 주문을 하면 보름을 기다려야 할 정도여서 신규 주문은 받지 않는다. 기존 고객과 오프라인 매장 한 곳에서만 팔고 있다”고 말했다.

벽오리농장의 계란을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는 친환경 농수축산물 전용 판매 사이트인 ‘도담촌’에도 최근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도담촌은 채널A ‘먹거리X파일’ 프로그램에서 선정한 ‘착한 먹거리’ 제품들을 판매한다.

생필품 제조업체들도 제품 성분을 공개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애경산업의 ‘투명한 생각’은 제품 성분과 함량을 용기에 모두 공개하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주방세제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애경의 기존 일반 주방세제의 판매량을 앞섰다. 애경 헤어케어 브랜드 ‘더마앤모어’는 실리콘, 파라벤, 이소치아졸리논 등의 성분을 넣지 않는다. 출시 두 달여 만에 23만 개 이상 팔렸다. 최근 생리대 유해성 논란 등으로 화학성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판매 속도가 더 증가하고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던 제품들에도 이례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에누리 가격비교’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시작된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면생리대 매출이 평소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다. 생리컵 매출도 287% 늘었다. 가격이 비싼 유기농 소재의 친환경 생리대 제품은 최대 20배 이상 판매가 급증했다.

유통업체들도 안전성과 품질 검사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롯데마트 안전센터는 최근 안전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매장에서 판매 중인 자체브랜드(PB)와 일반브랜드(NB) 제품의 유해물질 여부와 성분 분석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 특성상 화학제품이 전혀 안 들어가는 건 어렵지만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소비 흐름이 뚜렷한 만큼 마케팅과 제품 출시 전략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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