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의상, 개인이 ‘팹랩’서 뚝딱”
이설 기자
입력 2017-08-28 03:00 수정 2017-08-28 08:13
팹랩 전도사 김윤호 서울과기대 강사
3D 프린터-레이저 커터기 등… 약간의 사용료 내면 누구나 사용
스타트업-풀뿌리 제작 요람 역할
생경한 공간에서 낯선 단어들이 쏟아졌다. 최근 찾은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5층의 ‘팹랩서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크고 작은 기계들과 벽면을 가득 메운 공구들 사이로 남녀노소 20여 명이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무선 스피커가 필요한데 아무리 뒤져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 없어요. 이때 까다로운 소비자라면 직접 만들고 싶겠죠. ‘재료는 어디서 사고 가공은 어떻게 하나….’ 팹랩은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공간입니다.”
김윤호 서울과학기술대 강사(53)가 설명을 덧붙였다. 김 강사는 자타 공인 재야 팹랩 전도사다. 경영정보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3년 전부터 팹랩에 꽂혀 관련 논문과 저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팹랩과 팹시티’를 펴낸 뒤 ‘서울 팹랩 가이드’(가제)를 집필 중이다.
2000년 미국 보스턴에서 탄생한 팹랩은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 각종 디지털 기계를 갖춘 디지털 공방이다. 2013년 국내에 도입된 뒤 서울에만 2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누구나 방문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팹랩이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올해 초 4차 산업혁명 행보와 연결해 팹랩서울 사무실을 방문하면서부터. 팹랩이 제조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거라 기대한 것이다. 실제 오트웍스, 올리브유니언 등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팹랩에서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김 강사는 “팹랩 정신의 핵심은 내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풀뿌리 제작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쓴다는 점에서 팹랩은 ‘개인 존중’이 실현되는 공간이에요. 좋아하는 아이언맨 의상도, 엄마의 발걸음 소리를 미리 알려주는 알람도 만들 수 있죠. 개인 제작이 활발해지면 산업은 자연히 뒤따라올 거예요.”
팹랩은 환경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다. 김 강사는 “팹랩은 고쳐 쓰기와 지산지소, 자산자소를 독려한다”며 “버려진 플라스틱과 현지 생산 섬유를 결합해 새로운 직물을 개발한 필리핀 보홀섬 팹랩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학자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타고난 호기심 탓에 현장을 떠나지 못한다.
“팹랩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사람을 찾아갈 일이 늘었는데, 그때마다 꼭 제가 쓴 책과 논문을 들고 갑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인 줄 알거든요.(웃음)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주인인 팹랩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팹랩 하나하나가 모여 팹랩 마을이, 팹랩 마을이 모여 팹랩 사회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럼 살 만할 거예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3D 프린터-레이저 커터기 등… 약간의 사용료 내면 누구나 사용
스타트업-풀뿌리 제작 요람 역할
‘재야 팹랩 전도사’로 알려진 김윤호 서울과학기술대 강사. 사회적 약자가 연대하는 팹랩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팹랩(Fab-Lab·제작실험실)은 ‘지산지소(地産地消·현지생산 현지소비)’와 ‘자산자소(自産自消·스스로 생산 스스로 소비)’가 실현되는 공간입니다.”생경한 공간에서 낯선 단어들이 쏟아졌다. 최근 찾은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5층의 ‘팹랩서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크고 작은 기계들과 벽면을 가득 메운 공구들 사이로 남녀노소 20여 명이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무선 스피커가 필요한데 아무리 뒤져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 없어요. 이때 까다로운 소비자라면 직접 만들고 싶겠죠. ‘재료는 어디서 사고 가공은 어떻게 하나….’ 팹랩은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공간입니다.”
김윤호 서울과학기술대 강사(53)가 설명을 덧붙였다. 김 강사는 자타 공인 재야 팹랩 전도사다. 경영정보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3년 전부터 팹랩에 꽂혀 관련 논문과 저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팹랩과 팹시티’를 펴낸 뒤 ‘서울 팹랩 가이드’(가제)를 집필 중이다.
2000년 미국 보스턴에서 탄생한 팹랩은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 각종 디지털 기계를 갖춘 디지털 공방이다. 2013년 국내에 도입된 뒤 서울에만 2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누구나 방문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팹랩이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올해 초 4차 산업혁명 행보와 연결해 팹랩서울 사무실을 방문하면서부터. 팹랩이 제조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거라 기대한 것이다. 실제 오트웍스, 올리브유니언 등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팹랩에서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김 강사는 “팹랩 정신의 핵심은 내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풀뿌리 제작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쓴다는 점에서 팹랩은 ‘개인 존중’이 실현되는 공간이에요. 좋아하는 아이언맨 의상도, 엄마의 발걸음 소리를 미리 알려주는 알람도 만들 수 있죠. 개인 제작이 활발해지면 산업은 자연히 뒤따라올 거예요.”
팹랩은 환경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다. 김 강사는 “팹랩은 고쳐 쓰기와 지산지소, 자산자소를 독려한다”며 “버려진 플라스틱과 현지 생산 섬유를 결합해 새로운 직물을 개발한 필리핀 보홀섬 팹랩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학자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타고난 호기심 탓에 현장을 떠나지 못한다.
“팹랩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사람을 찾아갈 일이 늘었는데, 그때마다 꼭 제가 쓴 책과 논문을 들고 갑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인 줄 알거든요.(웃음)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주인인 팹랩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팹랩 하나하나가 모여 팹랩 마을이, 팹랩 마을이 모여 팹랩 사회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럼 살 만할 거예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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