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카우보이 스타일 구이요리

동아일보

입력 2017-08-21 03:00 수정 2017-08-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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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찰스 다윈은 인류 문명에 가장 크게 공헌한 두 가지로 언어와 불의 사용을 꼽았다. 불은 조리를 가능하게 함은 물론이고 온기와 함께 밤낮 구분 없이 사회활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모든 부분의 생활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화산, 산불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미처 피하지 못한 산짐승의 피해는 구이요리의 시초가 되었다고 과학자들은 추측한다. 이후 사냥꾼들에 의한 구이 방식이 오늘날 BBQ로 발전했다.

열 살 때쯤이었다. 서부영화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드라마 ‘로하이드’를 한 편도 빼 놓지 않고 보았다. 그가 착한 사람으로 등장하거나 악한 갱스터로 등장하거나 나는 항상 그의 편이었다. 도톰한 스테이크가 그릴에 올려져 지글거리는 모습과 함께 항상 곁들여지는 카우보이 빈이 화면에 비칠 때마다 그 맛이 무척 궁금했다.

카우보이의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초원에서 생활하는 가우초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아사도’는 큰 고깃덩어리를 불 위에 얹어 훈제하는 방식의 요리이다. 브라질의 바비큐 식당을 칭하는 ‘슈하스카리아’ 뷔페 식사는 전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제주도의 돼지통구이나 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비굴링을 좋아한다. 전통 재료로 간을 하고 통째로 구우면, 돼지껍질은 갈라지면서 고소하고 바삭바삭해지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게 된다.

중국의 차슈(차사오)도 빼놓을 수 없지만 인도의 탄두리 치킨도 세계적인 요리이다. 여러 가지 향신료와 요구르트를 섞어 재워 두었다가 긴 꼬챙이에 꽂아 항아리 중심 부분에 넣고 ‘난’이라고 하는 빵도 안쪽 벽 부분에 붙여 구워낸다. 흙으로 만든 항아리 오븐은 480도까지 올라간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전통요리는 19세기 시작된 BBQ이다. 당시에는 돼지를 사육하지 않고 초원에 방목한 야생 돼지를 잡아 같이 나눠 먹는 풍습으로 시작되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이 되면 집 앞마당에 나와 핫도그와 햄버거, 옥수수를 굽고 감자샐러드와 콜슬로를 곁들이며 토마토케첩과 겨자를 양념 삼아 뿌려 먹는다.

하지만 이런 조리법은 엄격히 보면 BBQ라고 할 수 없다. BBQ는 히코리, 참나무, 향나무 등 향이 나는 나뭇조각을 107도에서 110도 정도로 유지하면서 길게는 18시간 동안 조리하는 방식이다. 나무의 향이 은은히 배고 부드러운 육즙과 함께 기름과 양념이 어우러진 맛이 나야 한다.

어느 날 우리 부부는 최고의 BBQ 요리를 찾아 뉴욕을 떠나 노스캐롤라이나, 뉴올리언스까지 며칠을 운전해 갔다. 도시 이름을 붙인 네 가지 스타일이 유명하다. 어깨살을 부드럽게 조리해 달콤한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멤피스 스타일, 새콤한 식초 소스의 통구이가 유명한 노스캐롤라이나 스타일, 드라이 향신료를 듬뿍 붙여 부드럽게 구워낸 립이 유명한 캔자스 스타일,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BQ, 즉 카우보이 스타일이 바로 텍사스 스타일이다. 미국 남부지방에 거주했던 흑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으로, 누구도 먹지 않던 가장 저렴한 고깃덩어리를 사용했다. 1950년부터는 프라이드치킨, 허시퍼피, 옥수수빵과 곁들여 ‘솔(soul)푸드’라 불렸다. 그리고 솔음악과 더불어 미국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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