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정규직 전환…시험대 오른 ‘소득주도 성장論’

김지현기자 , 유성열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17-08-17 03:00 수정 2017-08-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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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에 희비 엇갈리는 勞使

2, 3차 협력업체들까지 상생협력 확대(6월 19일), 내년 최저임금 올해보다 16.4% 인상(7월 16일), 일자리위원회 하반기 채용 확대 주문(7월 18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지침 발표(7월 20일), 법인세 25%로 인상(8월 2일), 공정위의 유통 불공정 거래 근절 대책 발표(8월 13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0일간 쏟아진 ‘주문’들에 요즘 재계는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정권 초인 만큼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발맞추려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지만, 쏟아지는 주문에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최근 북핵 리스크까지 맞물려 ‘내우외환’인 상황이다.

각종 정책들이 정부의 당초 목적대로 소득 주도의 성장을 통해 선순환을 일으킬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재계의 속내는 썩 편하지 않다. 16일 4대 그룹 관계자는 “새 정부와 맺은 ‘약속’들이 하반기 ‘리스크’로 돌아오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재계의 가장 큰 고민은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인상이다. 내년 시급 기준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됐다. 최근 A그룹 경제연구소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내년도 임금 협상이 올해 하반기(7∼12월)로 전반적으로 앞당겨지고, 최저임금 인상이 대기업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시급 기준 최저임금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임금 협상은 연초인 3월에 열리지만, 올해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분이 적용되기 전인 하반기에 미리 협상을 시작하려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며 “노조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바탕으로 기본급을 올려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히려 노조 힘이 약한 중소·중견업체보다 대기업 직원들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이득을 더 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이달 말 시작되는 하반기 공채도 올해는 유독 부담스럽다. 지난달 말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를 전후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예년에 비해 채용 인원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의 경우 2020년까지 매년 정규직 신입사원 500명을 더 뽑아 기존 1000명 안팎이던 채용 인력을 15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한 명당 3500만∼4000만 원 안팎의 추가 인건비가 드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최대 200억 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재계 관계자는 “신규 채용 확대를 결심한 대기업들이 대부분 이 정도의 추가 부담을 떠안는 셈이다. 대부분은 현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채용이라기보다는 국가적 흐름에 발맞춘 일자리 나눔 형식 채용에 동참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100일간 가장 먼저 규제 및 개혁 대상으로 도마에 오른 유통 및 프랜차이즈 업계도 잔뜩 먹구름이 끼었다. 공정위는 지난달 롯데리아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 데 이어 이달 초 50개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 필수품목 원가와 가맹점 공급가 등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인건비 비중이 높아 비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공정위 제재 압박 등의 ‘3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리스크로 인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장기적인 고민이다. 최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한 이후 한국에서만 시가총액 77조 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미국 포브스지의 스티븐 포브스 회장은 16일 한 매체에 실은 기고문에서 “지금 남한이 직면한 위협은 전쟁을 도발하려는 ‘독재자’ 옆에 살고 있다는 점뿐만이 아니다”라며 “최근 제안된 지나친 ‘경제개혁 정책’들이 지난 몇십 년간 이어져 온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노동계는 쏟아지는 친(親)노동정책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현재 공석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까지 노동계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노동계의 영향력은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현 jhk85@donga.com·유성열·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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