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환경 마크’ 살충제 계란, 부실 인증제 뜯어고쳐야

동아일보

입력 2017-08-17 00:00:00 수정 2017-08-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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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강원 철원군과 경기 양주시, 충남 천안시, 전남 나주시의 산란계 농장에서도 살충제인 피프로닐 또는 기준치 이상의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계란 일부가 대형마트에서 유통된 것도 파악됐다. 14일 경기 남양주시와 경기 광주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정부는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어제 발표는 계란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대규모 농가 243곳과 대형마트, 수집판매업체 등 유통망 105곳을 조사해 나온 결과다.

전체 산란계 농가 1456곳 중 대형 농가 조사를 먼저 한 뒤 중·소규모 농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살충제 살포 농가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소규모 농가일수록 관리, 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금지 살충제나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6곳 가운데 5곳이 친환경 농산물 인증 농가라는 점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통 계란보다 2배가량 비싼 친환경 인증 계란을 사먹었던 소비자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친환경 농산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친환경 인증을 받는 농가도 늘고 있다. 산란계 농가 1456곳 중 54%인 780곳이 친환경 인증 농가다. 친환경 계란 생산량은 전체의 56%를 차지한다.

문제는 부실 인증과 허술한 관리체계다. 정부는 올해 6월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를 민간에 완전히 이양했다. 수십 개 민간 인증업체가 농가에서 수수료와 출장비를 받고 심사하는 방식이다 보니 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 부실 인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친환경 농산물 부실 인증 적발건수는 2734건이나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남양주 농가를 인증한 업체도 부실 인증으로 업무정지를 받은 전력(前歷)이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생산 농가 점검은 물론이고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와 감독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부실 인증, 허위 인증이 적발된 인증기관에 대해서는 업무정지로 그칠 게 아니라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 ‘금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친환경 계란’이라는 역설은 친환경 농축산물 시장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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