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보물 임청각
최영훈 논설위원
입력 2017-08-16 03:00 수정 2017-08-16 03:00
낙동강을 따라가다 보면 안동 임하댐 아래서 강은 북쪽으로 방향을 튼다. 서쪽 철길 너머 경사 터에 보물 제182호 임청각(臨淸閣)이 있다. 임청각은 고성 이씨 종택(宗宅)이다. 1519년 지어 임진왜란 후 두 차례 중수(重修)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독립운동가 석주(石洲) 이상룡 선생 본가인 임청각에 얽힌 사연을 말했다.
▷이상룡 선생은 독립운동을 위해 우당 이회영 일가가 압록강을 건넌 직후 전 재산을 처분했다. 1911년 1월 노비문서를 불사른 뒤 50여 가솔과 함께 서간도로 갔다. 망국의 한을 품고 온 500여 동포와 함께 류허(柳河)현에 한인촌을 세웠다. 독립운동과 이주동포 지원을 위해 자치기구인 경학사(耕學社)를 조직하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했다. 경학사 대표로 추대된 선생은 1925년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내각제하 대통령)을 맡은 바 있다.
▷서간도 독립운동 주축인 선생 집안에선 독립유공자만 9명이 나올 정도로 독립운동가가 많았다. 일제는 보복으로 중앙선 철도를 놓으면서 임청각을 없애려 했다. 고성 이씨 문중과 시민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일제는 집요했다. 집을 훼손할 심산으로 철길이 마당을 관통하도록 설계를 바꿨다. 짧은 10여 km 구간을 두 차례나 급하게 휘어지게 만들었다. 공사비도 몇 배 더 들었다. 철길 탓에 낙동강과 이어진 임청각 절경이 훼손됐다. 지금은 99칸 중 70칸만 남았다.
▷일제가 만주를 점령한 뒤 선생은 “국토 회복 전에는 내 해골도 못 옮긴다”는 비장한 유언을 남기고 1932년 74세로 영면했다. 선생과 마찬가지로 재산과 지위를 내던지고 교육사업과 항일무장투쟁에 헌신한 9세 연하의 우당도 그해 타계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이곳을 찾아 ‘…임청각의 완전한 복원을 다짐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광복 72주년을 맞아 우당과 다섯 형제를 조명하는 ‘민국의 길, 자유의 길’ 기획전을 10월 15일까지 연다. 두 분의 뼈저린 애국 희생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이상룡 선생은 독립운동을 위해 우당 이회영 일가가 압록강을 건넌 직후 전 재산을 처분했다. 1911년 1월 노비문서를 불사른 뒤 50여 가솔과 함께 서간도로 갔다. 망국의 한을 품고 온 500여 동포와 함께 류허(柳河)현에 한인촌을 세웠다. 독립운동과 이주동포 지원을 위해 자치기구인 경학사(耕學社)를 조직하고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했다. 경학사 대표로 추대된 선생은 1925년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내각제하 대통령)을 맡은 바 있다.
▷서간도 독립운동 주축인 선생 집안에선 독립유공자만 9명이 나올 정도로 독립운동가가 많았다. 일제는 보복으로 중앙선 철도를 놓으면서 임청각을 없애려 했다. 고성 이씨 문중과 시민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일제는 집요했다. 집을 훼손할 심산으로 철길이 마당을 관통하도록 설계를 바꿨다. 짧은 10여 km 구간을 두 차례나 급하게 휘어지게 만들었다. 공사비도 몇 배 더 들었다. 철길 탓에 낙동강과 이어진 임청각 절경이 훼손됐다. 지금은 99칸 중 70칸만 남았다.
▷일제가 만주를 점령한 뒤 선생은 “국토 회복 전에는 내 해골도 못 옮긴다”는 비장한 유언을 남기고 1932년 74세로 영면했다. 선생과 마찬가지로 재산과 지위를 내던지고 교육사업과 항일무장투쟁에 헌신한 9세 연하의 우당도 그해 타계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5월 이곳을 찾아 ‘…임청각의 완전한 복원을 다짐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광복 72주년을 맞아 우당과 다섯 형제를 조명하는 ‘민국의 길, 자유의 길’ 기획전을 10월 15일까지 연다. 두 분의 뼈저린 애국 희생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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