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TA 사령탑 김현종, 美 안보의존 별개로 통상협상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7-08-01 00:00 수정 2017-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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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했다. 김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부터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으면서 2007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기까지 체결을 주도한 경제통상 전문가다. 눈앞에 닥친 국제통상의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해 10년 만에 같은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의 보수야당도 김 본부장의 임명에 지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그를 발탁한 것은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한미 FTA 개정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당 등 일각에서는 한미 FTA를 주도한 김 본부장의 전력을 문제 삼지만 그에게 먼저 힘을 실어주고 협상 결과를 지켜봐도 늦지 않다.

당장 김 본부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다. 10년 동안 통상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 공동선언문에도 없는 ‘재협상’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떠들면서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안보를 미국에 기대야 하는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보상하라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통상이익을 포기할 수도 없다. 2013년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통상부문이 이관되면서 쪼그라진 통상교섭본부의 위상도 회복시켜야 한다.

미국은 기선 제압이라도 하듯 협상을 다그치고 있다. 그럴수록 시기와 장소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협상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장소도 서울로 관철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 본부장이 노무현 정부 때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막바지 협상에서 미국 측 안을 보고 “협상 끝났으니 짐 싸서 돌아가라”고 퇴짜를 놓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미국 측 양보를 얻어낸 얘기는 지금도 관가에서 회자된다.

국가 간 통상협상은 국민적 지지와 협력이 뒷받침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도 정파를 떠나 도와야 한다. 김 본부장 발탁으로 공석이 된 WTO 상소기구 위원 자리도 한국 몫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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