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에 60만원까지… “방 10개이상 통째로만 예약”

김상훈 기자 , 정윤철 기자 , 정성규 인턴기자

입력 2017-07-21 03:00:00 수정 2017-07-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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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숙박시설 부족 비상]“외국인 단체 손님만 받아요”
평창-강릉 모텔-펜션 대부분 동나… 커피숍 예식장까지 임차 문의
아파트 월세도 10배까지 뛰어

내국인 숙소 양양 속초로 멀어져
일부 여행사, 수도권 왕복상품 추진… 조직위 “대회 성공개최 위해선 국내관광객 위한 대책 서둘러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 일대. 외국인 선수단 및 관계자들은 일반 숙박업소는 물론이고 커피숍 예식장 등 다양한 시설을 임차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원도 일대 숙박 시설 현황. 평창=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내국인요? 예약 안 받아요. 우린 외국인 단체만 상대합니다.”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방을 구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평창의 한 펜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달리 숙소를 구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묻자 그가 다시 말했다.

“좋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2인실 기준으로 방 10개 이상을 한 달간 통째로 빌려야 합니다. 1박에 50만 원입니다.”

그는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이 문의를 해오고 있는데 성급하게 소규모 내국인 관광객의 예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200여 일 앞두고 개최지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외국인 단체 투숙객을 선호하고 있어 내국인 관광객의 숙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돼 가고 있다.


○ “국내 관광객 받을 이유 없어”

평창의 A 펜션 관계자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50일 동안 펜션 전체를 통으로 빌려 주려 한다. 외국인 선수단이나 올림픽 관계자의 문의가 많이 와서 1, 2박 단위의 내국인 손님은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른 업소들의 동향을 봐 가면서 1박에 50만∼60만 원은 받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평창과 강릉의 펜션 및 모텔 숙박료는 비성수기에 1박 4만∼6만 원, 성수기에 8만∼15만 원 선이었다. 강릉에서도 비교적 큰 모텔과 펜션들은 외국인들과 이미 예약을 끝냈다.

이는 개최 도시 내의 전체적인 숙박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드시 숙소를 구해야만 하는 외국 올림픽 선수단 및 관계자들이 경기장에서 가깝거나 질 좋은 숙소를 먼저 구하기 위해 예약 전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여행사들도 가세하고 있다.

외국 선수단은 숙소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위한 휴식공간이나 업무공간으로 쓸 곳도 필요하다. 외국 선수단은 일반 숙박업소는 물론이고 아파트, 커피숍, 예식장 등까지도 임차하려고 한다.

13일 오후 중국 선수단 관계자와 한국인 에이전트는 중국 대표팀 실무자들이 묵을 숙소를 구하기 위해 평창의 한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았다. 이곳의 월세는 현재 30평형 기준으로 한 달 100여만 원이다.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2월)에는 한 달 이하로는 계약할 수 없으며 월세가 1000만 원이다”라고 말했다. 평상시 월세의 10배까지 뛴 것이다. 한 부동산중개사는 “일부 아파트 주인은 외국인들에게 집을 빌려준 뒤 올림픽 기간에는 서울 등 외지에 있는 친지 집에 머물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선수단과 계약을 추진했던 커피숍 관계자는 “자국 기자단과의 인터뷰 장소나 휴식공간으로 사용하기를 원했다. 25일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3000만 원에 계약을 추진했었다”고 말했다. 강릉에 위치한 A웨딩홀 관계자는 “작년부터 유럽, 일본 등 선수단 관계자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회장(100평)을 빌려서 휴식과 간단한 식사 장소로 사용할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대안은 없나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와 강원도 등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하루 최대 관람 인원은 10만4610명으로 추정된다. 조직위는 이 중 6만여 명이 숙박시설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강원도에 따르면 개최 도시와 인근 도시의 숙박시설은 총 4만2984실이다.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과 강릉 정선의 숙박시설은 호텔 콘도 펜션 모텔을 모두 포함해 2만2214실에 불과하다.

국내 관람객들은 아직 숙박 예약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아직 크지 않은 데다 국내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숙박 예약에 대한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예약이 늦은 국내 관람객들은 경기장에서 떨어진 곳의 숙소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직위 관계자는 “개최지와 떨어진 속초 양양 등의 숙박시설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는 수도권에 숙소를 정하고 대회가 열리는 날 버스로 경기장에 갔다가 경기가 끝나면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개최지 이외 장소에서의 숙박이 활성화되려면 교통 대책이 필수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경기장과 터미널 등을 오가는 432대의 셔틀버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셔틀버스는 개최 도시 내에서 운영될 계획이다. 속초 등 외곽지역에서 개최 도시까지 이동하는 교통편을 좀 더 활성화해야 한다.

또 올림픽 기간에 한파나 눈 등으로 도로가 얼 경우 교통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기상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좀 더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숙박 요금은 업주들이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강제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 강원도는 올림픽 숙식 정보 통합 콜센터 등을 운영하고 업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합리적인 가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나치게 높은 숙박 요금 때문에 강원도 이외의 지역으로 관람객들이 빠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강원도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해 다시 강원도를 찾게 하자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정작 국내 관람객들이 올림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대회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내 관광객들을 위한 적극적인 숙박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평창·강릉=김상훈 corekim@donga.com·정윤철 기자
정성규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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