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동아]관상동맥질환 치료, ‘약물방출풍선’ 주목

동아일보

입력 2017-07-12 03:00 수정 2017-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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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약물방출풍선. 풍선표면에 도포된 항증식성 약물이 혈관에 작용해 재협착을 막아준다.

한국인 사망 원인 2위인 관상동맥질환은 무더위에서도 잘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관상동맥질환의 치료법엔 흔히 스텐트라는 금속그물망이 사용됩니다.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 속에 삽입 된 스텐트가 혈관 속에서 지지대 역할을 해서 혈관을 넓히는 방법이죠. 터널을 팔 때 지지대를 안 세우면 무너지는 원리와 같아 혈관 속에도 지지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지지대가 없이 막힌 혈관을 확장하는 약물방출풍선시술이 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풍선확장술입니다. 사실 스텐트가 개발(1980년 후반)되기 이전인 1960년 후반부터 사용되던 방법인데요. 풍선확장술은 혈관 속에 풍선을 삽입해 넓힌 뒤 다시 빼내는 방법입니다. 몸 안에 아무런 이물질도 남기지 않는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지만, 지지대가 없어 시술 뒤 혈관이 다시 막힐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지대를 세우는 원리로 등장한 스텐트나 약물방출스텐트가 가장 보편적인 시술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하지만 스텐트 시술도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몸에 혈전이 형성될 가능성을 높이거든요. 금속그물망과 같은 이물질을 몸속에 계속 남겨두게 되면 그곳에 핏덩어리인 혈전이 만들어 집니다. 혈전이 혈관을 다시 막으면 재시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따라서 환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스텐트 시술 후 1년 이상 항혈전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재협착이나 혈전을 줄이기 위해 녹는 스텐트가 2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습니다. 녹는 스텐트는 시술 후 1년간 혈관을 지탱하면서 서서히 녹아 없어집니다. 다만 아직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기존 금속 스텐트에 비해 스텐트 혈전증 발생 비율이 2,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녹는 스텐트의 두께가 더욱 얇아지면 혈전 발생 비율도 획기적으로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녹는 스텐트 또한 완벽하지 못하다보니 혈전제를 단기간만 복용하는 풍선확장술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전보다 훨씬 진화된 형태인 약물방출풍선의 등장으로 재협착 발생 위험을 크게 줄였습니다. 즉 풍선에 재협착을 줄이게 하는 약물을 부착해 동맥이 막힌 부위에 나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러 임상 연구에 의해 약물방출풍선과 약물방출스텐트의 재협착률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약물방출풍선의 가장 큰 특징은 몸 안에 어떤 이물질도 남기지 않아 혈전의 위험성을 낮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환자들이 항혈전제를 복용해야 하는 기간을 4주로 줄였습니다. 약물 복용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게 된 것이죠.

국내에서는 2009년 처음 허가받은 비브라운 코리아의 시퀀트 플리즈라는 약물방출풍선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 외에도 바이오트로닉의 판테라 룩스, 메드트로닉의 인팩트 등이 출시됐습니다. 이러한 약물방출풍선술은 현재 직경 2.5mm(±0.25) 정도의 작은 혈관에서 발생한 질환에 주로 사용됩니다. 최근엔 보다 큰 혈관에서 발생한 신생 병변에서도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풍선확장술이 다시 따뜻한 의료기기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했을 때, 스텐트만 생각하기 이전에 또 하나의 옵션으로 약물방출풍선을 고려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상동맥중재시술의 첫 번째 솔루션이 될 약물방출풍선의 앞날을 기대해 봅니다.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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