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청탁 입증 못해”… 안종범 수첩 ‘직접증거’로 인정 안돼
권오혁기자
입력 2017-07-07 03:00 수정 2017-10-16 17:34
[국정농단 재판]재판부, 정황증거로만 채택
삼성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사건 담당 재판부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업무 수첩,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2015년 7월 독대 당시 나눈 대화 내용이 적혀 있다는 수첩의 내용만으로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6일 이 부회장 등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수첩에 기재된 바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진술증거로서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종범 수첩’의 내용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처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것을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어 “수첩이 존재한다는 자체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대화가 있었다는 점은 진정성과 관계없이 간접사실로서 정황증거로는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 전 수석 등의 직권남용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도 ‘안종범 수첩’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특검 측은 “안 전 수석의 조서를 보면 박 전 대통령 말씀 자료와 관련해 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이 복사기같이 기억력이 좋다’ ‘복사기라는 별명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뛰어난 기억력으로 이 부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안 전 수석에게 얘기했고, 안 전 수석이 이를 수첩에 적은 것이기 때문에 수첩이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수첩은 독대 자리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작성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상황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하면서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독대 전 작성한 메모 내용을 실제 언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안 전 수석에게 언급한 것으로 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첩의 내용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수첩이 직접 증거가 못 된다는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에게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앞서 4일 재판에서 했던 증언과 차이가 없었다.
또 삼성 측 변호인의 “만약 대통령에게서 합병 관련 지시를 받았거나 청와대 회의에서 합병이 언급됐다면 수첩에 최소한 한 번이라도 합병이라고 썼겠죠”라는 질문에 안 전 수석은 “그렇다. 지시를 들었다면 썼을 텐데 기재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등에게 합병에 대한 찬성 반대 등 방향성 있는 지시를 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삼성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사건 담당 재판부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업무 수첩,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2015년 7월 독대 당시 나눈 대화 내용이 적혀 있다는 수첩의 내용만으로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6일 이 부회장 등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수첩에 기재된 바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진술증거로서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종범 수첩’의 내용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처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것을 직접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어 “수첩이 존재한다는 자체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대화가 있었다는 점은 진정성과 관계없이 간접사실로서 정황증거로는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 전 수석 등의 직권남용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도 ‘안종범 수첩’을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특검 측은 “안 전 수석의 조서를 보면 박 전 대통령 말씀 자료와 관련해 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이 복사기같이 기억력이 좋다’ ‘복사기라는 별명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뛰어난 기억력으로 이 부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안 전 수석에게 얘기했고, 안 전 수석이 이를 수첩에 적은 것이기 때문에 수첩이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수첩은 독대 자리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작성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상황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하면서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독대 전 작성한 메모 내용을 실제 언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안 전 수석에게 언급한 것으로 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첩의 내용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수첩이 직접 증거가 못 된다는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에게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앞서 4일 재판에서 했던 증언과 차이가 없었다.
또 삼성 측 변호인의 “만약 대통령에게서 합병 관련 지시를 받았거나 청와대 회의에서 합병이 언급됐다면 수첩에 최소한 한 번이라도 합병이라고 썼겠죠”라는 질문에 안 전 수석은 “그렇다. 지시를 들었다면 썼을 텐데 기재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 등에게 합병에 대한 찬성 반대 등 방향성 있는 지시를 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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