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의 추억, 맑은 수채화처럼 풀어내

손효림기자

입력 2017-07-07 03:00 수정 2017-07-0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리틀 잭

맑은 수채화 같다. 창작 뮤지컬 ‘리틀 잭’은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밴드 ‘리틀 잭’의 보컬인 잭이 세상을 떠난 첫사랑 줄리에 대한 기억을 잔잔하게 풀어간다. 극은 소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잭은 펑크를 낸 피아노 연주자를 대신해 온 줄리를 본 순간 곧바로 사랑에 빠져든다. 미국에 사는 줄리는 몸이 아파 요양하기 위해 영국에 온 것. 대기업 오너인 줄리 아버지의 강한 반대로 두 사람은 소식도 모른 채 헤어지지만 결국 다시 만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추억을 쌓아간다. 줄거리는 옥경선 작가가 황순원의 ‘소나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충격적인 소재와 화려한 볼거리가 넘치는 작품들 속에서 ‘리틀 잭’은 기름기를 걷어내고 인공 감미료 없이 담백하게 맛을 낸 음식을 마주하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잭과 줄리가 설레는 마음으로 가만가만 이어가는 대화는 처음 사랑을 시작한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귀에 쏙 들어오는 참신한 대사는 없지만 그래서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을 은은하게 채색하는 건 음악이다. ‘마이 걸’을 포함한 주요 넘버는 아무 계산 없이 사랑했던 푸르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잭과 줄리가 함께 부르는 풋풋하고 보드라운 멜로디는 한동안 귓가에 맴돈다. 배우들의 편안한 연기는 관객을 작은 콘서트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여름날 소나기처럼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정민 김경수 유승현 김지철 등 출연. 8월 20일까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