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꺾인 강남 재건축…‘6.19 대책’ 효과

스포츠동아

입력 2017-07-03 05:45 수정 2017-07-0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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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6월 26일 취임 이후 첫 외부일정으로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청년 전세임대주택을 찾아 서울시립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무주택자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던 김현미 장관의 첫 현장방문은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사진제공 | 국토교통부

■ 새 정부, 차후 부동산 대책 전망

전국 매매가 감소 전망…투자자들 관망세
8월 가계부채대책·세제개편 등 정책 예고
과열된 시장 규제+서민 싼값 집 공급 방향
보유세 인상도 만지작…야권 반발 심할 듯


새 정부가 투기세력과 벌인 기싸움에서 일단 주도권을 잡았다.

처음 내놓은 6.19 부동산 대책이 차츰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강남 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하던 부동산을 진정시키려고 내놓은 대책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분양권의 규제. 서울과 경기도, 부산 등 전국 40개 지역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켰다. 이제는 분양을 받아도 3∼4년은 투자자금이 묶인다. 중간에 프리미엄만 받고 분양권을 전매하는 단기 투기자금을 막아서 분양시장에 낀 거품을 빼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조치다.

두 번째는 금융권을 통한 대출규제 강화. 조정대상 지역으로 한정됐지만 7월3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60%, 60→50%로 10% 씩 줄어든다. 저금리 탓에 은행에서 큰 돈을 대출받아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뛰어들던 흐름을 막아야 할 필요성을 감안한 결정이다.

우리 경제의 큰 부담인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부동산과 관련된 것이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을 바꾸기 어렵다면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들고 대출 한도를 줄여서 문제가 더 이상 확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 담긴 규제다.

빚으로 부동산 시장을 살려서 얼어붙은 경제를 돌아가게 하겠다는 방식은 이전 정부에서는 통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기존 정책을 뒤엎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을 만큼 가계대출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미국의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조만간 우리 금리와 역전현상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그 경우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가계대출의 고삐를 조여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고 부동산 시장도 연착륙 시키겠다는 것이 6.19 부동산 대책이다.


●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는 6.19 부동산 대책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알아차린 투자자들은 일단 관망자세다. 계속 올라가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도 꺾였다. 정부조치 발표 이후 2000만∼3000만원씩 호가를 내려서 매매의사를 타진한 사람들도 나왔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1년간 3.3m²당 평균 165만원 상승했다. 이런 상승세는 당분간 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책의 변화를 알아차린 투기세력이나 투자자들은 규제가 없는 지역이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고 있다. 당분간은 풍선효과 덕분에 그곳으로 돈이 몰릴 것이다.

최근 비규제 지역과 상업용 부동산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떴다방이 등장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지만 100% 신뢰는 어렵다. 몇몇은 건설사나 홍보 대행사들의 홍보가 만든 거품일 가능성도 크다.

지방에서는 완전판매됐다고 소문난 아파트가 실제로는 계약률이 낮아 계속 추가모집을 하고 저조한 청약 때문에 분양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미 대부분의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넘쳐난다.

건설사들은 지어 놓고 팔리지 못한 악성 미분양 아파트 때문에 골치다.

지난해 부산과 함께 가장 뜨거웠던 제주도를 보면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2017년 상반기 제주도 신규분양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0.55대 1이다. 단 한명이 분양에 참가한 단지도 나왔다. 지난해 제주도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68.83대 1이었다. 고고도미사일(THAD)사태로 제주도에 몰렸던 중국자본이 사라진 영향도 있겠지만 하루아침에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그동안 제주도 부동산에 거품이 많이 쌓여왔다는 증거다.

지금 소비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뒤늦게 상투를 잡는 것이다.


● 하반기에는 하락속도가 빨라질 주택가격 시장

앞으로 건설경기나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6월29일 건설회관에서 열린 2017년 하반기 주택·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이 0.2% 떨어질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6.19 부동산 안정 대책과 8월에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 세제개편 논의 등 정책적 하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3대 요소는 공급 증가, 금리 상승, 정책 규제다. 이미 집은 대한민국 전 가구에게 한 채씩 돌아갈 만큼 충분히 있다. 가격상승은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은 공급과다에 따른 하락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과 서울도 하반기부터는 입주 물량이 대거 밀려오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정부의 대책이 추가될 때마다 하락 압력은 커질 것이다. 올해 분양물량은 연간 30만 가구로 2016년 46만9000가구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지만 입주는 몇 년 뒤다.

정부는 서민의 체감경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설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선제대응에 나서려고 한다. 과열된 재건축 시장에는 계속 경고신호를 줘서 거품을 빼겠지만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 등 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계속 싼 가격의 집을 공급하겠다는 생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식과 첫 현장방문을 보면 정책방향이 보인다. 장관은 취임식에서 다주택 소유자들의 투기에 경고를 했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투기세력들에 의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증거도 보여줬다. 첫 현장방문은 신혼부부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현장이었다.

한승희 신임 국세청장이 6월26일 벌어진 인사청문회에서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할 생각도 있다”고 한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이제껏 어떤 정부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주택소유자 전수조사를 통해 실제 집주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집을 구입했는지 등을 조사하면 그동안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던 임대소득자들의 현황과 얼굴 없는 돈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한 미성년자들이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이 확인될 경우 자금출처와 함께 세금추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앞으로 이어질 초대형 규제는 무엇

정부는 6.19 대책이 끝이 아니라고 했다.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문제가 생길 경우 선제적인 추가대응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8월 가계부채대책을 통한 총채무상환비율(DSR)의 도입을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신용대출뿐 아니라 카드대출, 차 할부금, 마이너스통장 등 가계의 모든 채무를 감안해 대출한도를 규제하는 제도다. 더 이상의 빚은 만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정치권은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과세표준 산정에 적용하는 부동산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올리는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실거래가 반영률을 현재 60%(주택 기준)에서 10∼15% 포인트 인상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조세반발을 불러일으킬 위험한 정책이지만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부담하고 없는 사람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자는 것이 새 정부의 정책목표다. 물론 법을 바꿔야 하기에 결과는 장담하지 못한다. 증세에 결사반대하는 야당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여론의 추이와 경제상황이 실행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최대한 보수적 관점에서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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