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드라마 속 성차별 대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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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2 16:24 수정 2017-06-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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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이 되려면 식구들 끼니는 챙겨야지.” “대를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겠어요.”

최근 방영한 드라마 대사들이다. 사극이 아니라 모두 여성이 주인공인 현대극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달 1~7일 일주일간 방영된 지상파·종합편성채널·지상파케이블 5개사 시청률 상위 22개 드라마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늘었지만 성차별적인 대사와 내용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22개 드라마 전체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 비율은 46.8%로 남자보다 적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55.6%로 여성이 더 많았다. 제목만 봐도 ‘완벽한 아내’ ‘추리의 여왕’ ‘언니는 살아있다’ ‘사임당 빛의 일기’처럼 여성 중심의 드라마가 다수였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인물로 그려졌다. 여성이 평사원이면 남성이 중간관리직이거나 대표인 식이다. 여성의 직군이 회사원, 주부 등에 국한된 반면 남성은 변호사, 경찰 등 보다 다양한 직군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드라마의 갈등을 매듭짓는 해결사 역할도 주로 남성(60.9%)이었다.

성차별적인 대사도 여전했다. 한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이 사과를 깎으려 하자 친구가 “남자가 과일을 깎으면 당도가 반으로 준다”고 말리는 장면을 방영했고, 또 다른 드라마는 시어머니가 직장인 며느리에게 “안주인 되려면 식구들 끼니는 챙겨야지”하고 가사노동을 강요하는 장면을 내보내 고정적인 성역할을 드러냈다. 한 드라마에서는 시어머니가 “○○가 대를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겠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인식하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그래도 보여줬다.

여성을 성희롱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영되기도 했다. 남성이 여성에게 ‘진실게임’이라는 명목으로 “나는 과거에 남자와 동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과거에 애를 낳은 적이 있다”는 질문에 답하도록 종용하자 여성이 수치심에 뛰쳐나가는 장면이다.

양평원은 일부 사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 드라마 연출은 지양하고 대안적 성역할을 제시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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