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뒤에 대통령 옵니다”… SNS에 나도는 ‘VIP 일정’

위은지기자

입력 2017-06-14 03:00 수정 2017-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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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6일 보훈병원 방문 예정”… 언론도 보도하지 못한 내용 올려
靑도 경호상 이유로 일부만 공개… 동선 알려져 테러 위험 증가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6일 제가 근무하는 보훈병원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18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글이다. 이어 같은 달 29일 해당 계정에는 ‘보훈병원에 문 대통령을 반대하는 환자가 많아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라는 글이 중계하듯 올라왔다. 그로부터 8일 후인 6일 문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국가유공자와 상이군경 등을 격려했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는 “대통령의 병원 방문 일정이 확정된 건 현충일 전날인 5일이다. 보통 새로 대통령이 취임하면 첫해 현충일에 보훈병원에 오는 게 관례이다 보니 추측성 글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 일정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다. 경호상의 이유다. 그래서 언론도 미리 보도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24시간 대통령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사전 공개는 취임 후 첫 3일뿐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며칠 혹은 몇 주 후 진행될 대통령 동선과 일정을 알리는 ‘위험한 스포일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9일 오후 10시 45분경 한 SNS 계정엔 ‘서울광장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일 행사가 진행된다. 문 대통령께서 오신다니까 많이 참석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행사 하루 전날이었다. 내부적으로 문 대통령의 행사 참석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행정자치부가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기념사의 주체는 빠져 있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달 10일에도 온라인에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기일에 문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글이 퍼졌다. 이때는 추측성 글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행사 참석을 미리 알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예측 가능한 대통령의 동선이라도 SNS를 통해 미리 알려지는 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총리 등 주요 인사의 공식 일정이 사전 공개가 되면 경호 수준을 높인다고 한다”며 “글 자체가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진 않겠지만 현장에서 변수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사람에게는 동선에 관한 조그만 정보도 유용한 것이 된다”며 “빅데이터 시대에는 사소한 정보도 불순한 목적을 위해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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