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고 못난 옛 연애시절 코믹하게 회상

손효림기자

입력 2017-06-09 03:00 수정 2017-06-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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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의 역사

뮤지컬 ‘찌질의 역사’에서 서민기(강영석·오른쪽)가 무릎 꿇고 용서를 빌자 여자 친구 윤설하(정재은)가 달래주고 있다. 에이콤 제공
서툴고 못난 연애 시절을 이제는 웃으며 돌아보고 싶은가. 아스라한 옛 사랑의 자취를 유쾌하게 떠올려보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창작뮤지컬 ‘찌질의 역사’를 추천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김풍, 심윤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시즌1부터 3까지 재구성해 무대에 옮겼다.

대학 시절 붙어 다니던 4총사가 서른네 살이 돼, 민기의 영국행을 앞두고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철없던 시절의 연애를 회상한다. 멋있는 척, 있는 척하려 해도 마음을 속일 수 없어 이기적이고 못나게 굴었던 에피소드가 실감 나게 펼쳐진다. 여자 친구를 수시로 옛 여자 친구와 비교하고, 침대에서 여자 친구와 사랑을 나눈 후 자신이 처음이었냐고 확인하는 등 피 끓는 20대 초반 남자들의 ‘없어 보이는’ 행동에 웃음이 터진다. 술에 취해 옛 여자 친구 번호인 줄 알고 전화를 걸어 현재 여자 친구의 험담을 늘어놓는 민기. 하지만 그 넋두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는 이는 현재 여자 친구다!

청춘들의 ‘찌질함’이 다채롭게(?) 변주될 때마다 객석 여기저기서 “못 살아” “미쳐” 하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그만큼 공감하는 이가 많다는 의미일 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몰입도를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한다.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김건모의 ‘너에게’,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등 199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를 상황에 딱 맞게 배치해 익숙함과 절묘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서랍에 넣어둔 채 잊고 있었던 추억의 오르골 상자를 열어보는 듯하다. 박정원 박시환 강영석 정재은 김히어라 등 출연. 8월 27일까지. 6만 원. 02-2250-5941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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