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휴가제-회의없는 날 기업문화 바꾸기 ‘열풍’

김창덕 기자 , 이샘물 기자

입력 2017-06-05 03:00 수정 2017-06-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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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수장들 직접 팔걷고 나서

국내 대기업 ‘수장’들이 조직문화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대식 SK 사장은 지난해 12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른 후 그룹 전체를 ‘휴식이 있는 젊은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그룹 총괄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처음으로 2주 집중휴가제를 도입했다.

삼성, LG, 한화, CJ 등 다른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도 조직문화 개선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임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일 SK그룹에 따르면 조 사장은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 임직원이 모인 ‘커뮤니케이션 데이’에서 여름 집중휴가제 사용을 독려했다. 1년에 두 번씩 의장이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자리에서 휴가 문화 개선을 화두로 꺼낸 것이다.

집중휴가제는 국내에서도 정유업계, 정보기술(IT)업계 등이 앞서 도입한 제도다. SK그룹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여전히 ‘여름휴가는 1주일’이라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사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집중휴가제를 도입한 것은 우수한 계열사 직원들을 이 조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사장은 지난달 초 황금연휴가 되기 전 업무보고를 당겨 받아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쓰도록 했다. 본인도 휴가를 썼다.

SK텔레콤이 최근 초등학교 입학 자녀가 있을 때 90일간 쉴 수 있는 ‘돌봄 휴가제도’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은 임신 전 기간 단축근무(6시간) 의무화, 출산 축하금 확대 등도 함께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3월부터 완제품(세트)부문에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직급을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를 뜻하는 CL1∼4로 단순화했다. 임직원 간 호칭도 “○○○님”으로 통일했다. 지난해 3월 경기 수원사업장에서 열었던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의 실행 방안들이다. 거대한 항공모함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빠르고 강한 조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기업문화에 칼을 댄 것이다. 여기에는 ‘스타트업식 기업문화’를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LG그룹에서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CEO에 오른 후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하고 금요일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근무하는 ‘캐주얼 데이’로 운영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7월부터는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으로 나뉘는 5단계 직급 체계를 책임, 선임, 사원의 3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재계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문화 개선 전도사’로 불린다. 박 회장은 “반(反)기업 정서의 상당수는 불합리한 기업문화에서 나온다”고 강조해 왔다. 후진적 기업 문화 속에서 불만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진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6월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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