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방에 ‘볕’ 든다

동아경제

입력 2017-06-03 14:16:00 수정 2017-06-03 14: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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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를 낀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 다가구주택 건물들이 상가 건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동아일보 홍중식 기자]

볕 안 들고 우중충’은 옛말, 아늑한 카페·레스토랑으로 변신…난개발 유의해야

최근 부동산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꼬마빌딩’의 인기가 반지하방을 낀 다가구주택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상수동, 용산구 이태원동, 강남구 신사동에서는 다가구주택 건물을 리모델링해 상가 건물로 바꾸는 움직임이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늘 ‘찬밥 신세’이던 반지하방에도 ‘해’가 비추기 시작했다.

반지하방의 변신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단연 연남동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연남동 경의선숲길(연트럴파크)과 동진시장 사이 주택지는 좁은 골목마다 다가구주택 건물을 상가로 바꾸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다가구주택이 골목길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형적인 주택가이자 낙후된 곳으로 꼽혔다. 차량 진입이 어렵고 주차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홍대 앞 상권이 연남동 쪽으로 확대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개성 있는 카페, 레스토랑, 펍 등이 들어서고 있다. 특히 반지하를 겨냥한 상권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저렴한 임대료, 자투리 공간 활용 가능
서울 이태원동 이면도로에 위치한 반지하 상가.[동아일보 홍중식 기자]

반지하의 매력은 단연 저렴한 임대료다. 한 달 전 다가구주택 반지하에 맥주·핫도그 전문 캐주얼 펍을 오픈한 최모(30) 씨는 “연남동에서 반지하 물건을 구한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반지하는 임대료가 가장 비싼 1층과 비교해 30~4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반지하의 또 다른 장점은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다. 최씨의 가게는 다가구주택을 개조해 만든 상가 전용 건물로 내부는 16.5㎡도 채 안 되지만, 지상에서 3계단 정도 아래 있는 테라스를 덤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곳에도 테이블을 마련해놓아 최씨가 실제로 사용하는 공간은 33㎡ 남짓 된다.

그뿐 아니다. 주택(상가)의 벽과 벽 사이에 있는 공간은 보관용 창고로 활용한다. 넓이 대비 저렴한 임대료에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으니 효용가치는 더욱 크다. 최씨는 “지하, 지상을 떠나 내·외부를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손님 수도 달라지는 것 같다. 인테리어, 음식, 서비스 질만 좋으면 1층이 아니어도 장사는 잘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오히려 반지하가 주는 ‘코지(cozy)’한 느낌을 선호하는 이도 꽤 많다. 브랜드 업소들이 입점한 대형쇼핑몰과 달리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카페, 레스토랑, 주점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 상권의 매력이 젊은 층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어 연남동을 찾았다는 20대 한 여성은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일반 주택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반지하는 조명이 밝지 않아 낮에 술 마시기에도 좋다”며 웃었다.

베트남 가정식으로 유명한 A레스토랑은 3년 전 반지하에 가게를 오픈하자마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반지하 특성상 한쪽 벽면 상단이 창문으로 돼 있는데 그곳을 통유리로 바꿔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연출했다. 식당 한 관계자는 “햇빛이 환히 드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가게 분위기도 그에 맞춰 빈티지한 느낌으로 꾸몄다. 낡은 테이블과 초록 식물의 조화 덕에 ‘이국적’이라고 얘기하는 손님이 많다. 집밥 스타일의 메뉴도 아늑한 공간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지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뒤늦게 건물 지하를 상가로 변경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지상 3층 규모의 한 프렌치·이탤리언 레스토랑은 최근 손님 수가 점점 늘어나자 한동안 방치해뒀던 반지하 공간을 식당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건물 땅이 넓지 않아 1·2층에 놓을 수 있는 테이블 수가 몇 개 안 되는데, 오히려 반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주변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안락함
한 벽면을 통유리창으로 꾸민 서울 이태원동 반지하 카페.[동아일보 홍중식 기자]

레스토랑 한 관계자는 “여기 주변에는 반지하 가게가 많아서인지 손님들도 층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맛집은 어디에 있든 손님이 다 찾아가지 않나. 자리가 없어 지하로 안내해도 싫다며 나가는 손님은 많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옷가게를 개점한 김모(32·여) 씨도 “반지하라서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옷집은 일단 구경하러 들어오는 손님이 많아야 하는데, 지하는 몇 계단만 내려오면 되니까 오히려 2층보다 편하게 생각하고 쉽게 매장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가게 안에서 창문을 통해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반지하는 카페, 레스토랑 외에도 공방, 작업실로도 많이 쓰인다. 모든 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1층과 달리 절반이나 3분의 1만 노출된 반지하는 ‘나만의 아지트’ 같은 편안함을 안겨줘 예술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대표적으로 서울 종로구 서촌을 꼽을 수 있다. 5~6년 전 비싼 임대료를 피해 저렴한 곳을 찾던 예술가와 상인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됐다. 작지만 개성 있는 예술가의 아지트는 물론,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으로도 입소문이 났다. 그 밖에도 이태원동 경리단길 이면도로인 ‘회나무로’ 골목이나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외곽의 세로수길과 신사역 사이 주택가도 상권 유입이 빠르게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 모두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연남동에서 3년째 카페를 하고 있는 박모 씨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는데,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임대료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이곳만큼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한 결과 최근 2~3년 사이 건물 가격은 실제로 2배 이상 올랐고, 임대료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세입자가 느끼는 불안감과 달리 상당수 부동산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을 보인다. H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새로 지은 건물은 임대료가 좀 더 높긴 하지만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마구잡이로 올리지는 않는다. 현재는 33㎡ 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3000만 원에 임대료 150만~200만 원 선”이라고 밝혔다.

용산구청 뒤편 이면도로에 자리한 상가들 중에도 반지하를 끼고 있는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한 경우가 많다. 이곳의 임대료도 연남동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지난해까지는 조금씩 올랐는데 올해는 보합세다. 반지하는 보증금 2000만~3000만 원가량이고 임대료는 150만~200만 원쯤 된다(33㎡, 66㎡ 기준). 하지만 1층은 200만~400만 원까지도 오른다”고 말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이라 매매가 다소 낮아
반지하 상가에는 대부분 카페나 술집, 옷가게가 들어서 있다.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남성 의류 전문점과 연남동 지하에 있는 펍(왼쪽부터).[동아일보 홍중식 기자]

그렇다면 지금 다가구주택 건물 투자를 시작해도 괜찮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의 다가구주택 건물의 경우 리모델링 후 수익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 잘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본금이 적어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으면 상가 임대료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가구주택 건물 매입 가격은 대로변 상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골목상권은 대부분 ‘2종 일반주거지역’(연립주택이나 저층아파트 중심으로 일상의 주거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지역)에 속해 역세권이되 초역세권은 아니라는 것이 가격적 이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연남동, 이태원동, 신사동은 지하철역을 끼고 있지만 초역세권은 아니다. 역 주변 상업지나 준주거지역은 3.3㎡당 매매 가격이 1억~2억 원을 웃도는 반면, 2종 일반주거지역은 3.3㎡당 5000만~8000만 원 수준이다. 연남동의 경우 연트럴파크 인근 대로변 건물이 3.3㎡당 1억 원가량 하지만, 동진시장과 연트럴파크 사이는 3.3㎡당 5000만~7000만 원 정도 된다. 현재 수요가 가장 많은 건물의 매매 가격은 약 20억~50억 원이다.

또한 다가구주택은 허문 뒤 신축해야 수익성이 높아지는 단독주택과 달리 3~4층 규모로 지어져 있어 1억~2억 원으로 리모델링해 쉽게 상가 건물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연남동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가로 바꾸면 기존 주택 임대료보다 훨씬 많은 상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인 처지에서는 안 바꿀 이유가 없다. 물론 모든 다가구주택이 상가로서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현재 변경 가능한 물건은 몇 개 안 남았다”고 말했다.

다가구주택의 일부 층을 구매해 상가로 용도변경을 할 계획이라면 건물 전체 가구로부터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마포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식당의 경우 음식 냄새가 올라온다거나 손님 때문에 소음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전 가구로부터 용도변경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 밖에 정화조 및 하수도 사용과 관련해 구청 허가도 받아야 해 다가구주택의 용도변경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다가구주택 투자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상권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거지역에 상권이 형성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적정 범위를 넘어서면 주거환경이 파괴돼 거주민들이 결국 그곳을 떠나게 된다. 그럼 상가들도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진다. 그렇기에 주택가 상권의 경우 난개발을 막고 상인들 스스로 상권을 보호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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