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슈퍼루키 김동규, 실패가 그를 키웠다

스포츠동아

입력 2017-06-02 05:45 수정 2017-06-0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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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과 이미지 모두 인정받는 국내 최고의 프로드라이버가 되는 것이 김동규의 꿈이다. 지난 5월27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2017 현대 아반떼컵 챌린지 레이스 1전에서 우승하며 목표를 향한 첫 걸음을 뗐다. 사진제공|TEAM HMC

도전·열정·패기로…제대 한 달 만에 아마추어 카레이스 석권

■ KSF 아반떼 챌린지레이스 ‘폴투윈 우승’ 김동규

2013년 500:1 오디션 뚫고 최연소 데뷔
슈퍼레이스 기회 잡았지만 높은 벽 실감

올해 4월 제대후 아마추어대회 도전 꿈꿔
TEAM HMC 선수 기회잡고 위풍당당 우승

‘제대 한 달 만에 아마추어 최강자 등극’

아마추어 카레이서 김동규(23·TEAM HMC)는 지난 5월27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2017 KSF(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현대 아반떼컵 챌린지 레이스 1차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발휘하며 27분24초381의 기록으로 폴투윈(예선 1위·결승 1위) 우승을 차지했다.

2년간의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 4월23일 제대한 뒤 출전한 첫 경기였다. 하지만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7랩 이후로는 독주를 이어갔고, 2위를 7초차 이상으로 따돌리며 스무살 시절 카레이서 오디션에서 슈퍼루키로 선발되었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열정하나로 도전한 모터스포츠의 세계

열정은 스무살 청춘이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유일한 도구다. 고등학교 시절 F1(포뮬러원) 경기를 배경으로 한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드리븐(Driven, 2001)’을 본 후 카레이서를 꿈꾸게 된 김동규(23·TEAM HMC)는 오로지 속도와 경쟁이 전부인 모터스포츠의 세계에 자신을 내던지기로 마음먹었다.

때로 어떤 열정은 높은 상승기류를 만나 꿈에 쉽게 다가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동규가 그랬다. 김동규는 20살 때인 지난 2013년 가능성 있는 아마추어 레이서를 뽑는 오디션인 EXR TEAM106(레이싱팀)의 슈퍼루키 프로젝트에 지원하기 위해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가까스로 면허를 따 오디션장에 섰지만 실제 운전 경험은 전무했다. 그저 고교시절부터 자동차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열심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레이싱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달랐다. 배운 것이 없기에 운전은 과감했고, 랩타임도 비교적 괜찮았다.

당시 EXR TEAM106팀의 감독겸 선수였던 류시원 감독은 김동규를 최종 낙점하며 “당장의 실력보다는 열정과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역대 최연소의 나이에 무려 500:1의 경쟁률을 뚫은 순간이었다. 최종 2인에 들어 루키로 선발됐고, 2013년 CJ 슈퍼레이스 N9000클래스(1600CC이하 저배기량 아마추어 레이싱경주에) 출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슈퍼레이스 무대는 매서웠다. 빠르게 성장하기는 했지만, 실전 경험이 전무한 김동규가 쉽사리 넘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1년 동안 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경기에 참가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결국 첫 도전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 현대모터클럽 든든한 지원 큰 도움, 국내 최고의 프로레이서 될 것

가능성 있는 슈퍼루키에서 다시 평범한 21살로 돌아온 김동규는 자동차 관련 행사와 레이싱스쿨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다 2015년 입대했다. 꿈은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김동규는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 두 번째 기회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첫 목표는 KSF 아반떼 챌린지레이스였다. 총 6전으로 치러지는데 시즌 챔피언이 되면 프로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수 있는 프로등용문이다.

자신이 소유한 차(아반떼)를 대회 규정대로 튜닝을 한 뒤 참가하는 아마추어 대회라고는 하지만 국내 최고 대회라 출전 선수들의 수준은 프로에 근접할 만큼 높고 경쟁도 치열하다.

김동규는 제대 후 그 동안 모은 돈으로 아반떼를 구입해 대회 준비를 시작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그 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마니아 고객으로 구성된 TEAM HMC(Hyundai Motor Club) 선수를 선발했는데 김동규는 여기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했다.

김동규는 “대회를 앞둔 선수는 마음이 고요해야 한다.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은 모든 대회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군 제대 직후라 더욱 정신이 없었는데 TEAM HMC에서 많은 짐을 덜어줬고, 또 주변의 선후배 드라이버들이 여러 조언을 해준 것이 개막전 우승이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또한 “TEAM HMC 소속이 되면서 전문 드라이빙 수트, 전속 레이싱 모델, 차량 정비사, 경기 출전에 따른 기타 경비 등의 지원을 받은 것도 좋지만 나처럼 도전하는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자신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나의 길을 마련해 주신 것이 너무 고맙다”며 팀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김동규의 목표는 올해 더 많이 포디엄(시상대)에 올라 시즌 챔피언이 되고, 프로팀에 스카우트 되는 것이다.

“실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늘 노력하며 습득력이 빠른 것이 나의 유일한 무기다. 열심히 준비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프로 최고 종목인 6000클래스 스톡카를 꼭 타고 싶다”며 “카레이싱 만큼 나를 가슴 뛰게 하고,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일이 없다.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좋아하는 일에 끝까지 도전해 보고 싶다”며 열정과 패기를 드러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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