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을 이끄는 패션 천재 4

여성동아

입력 2017-06-01 18:17:00 수정 2017-06-01 18: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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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미켈레, 라프 시몬스, 뎀나 바잘리아, 아베 치토세. 지금 당신이 가장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4인방이다. 이들이 잘 맞는 옷을 입고 정상에 섰다.


구찌 GUCCI 알레산드로 미켈레


“이것은 도박이다.” 2015년 1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A구찌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을 때 <뉴욕타임스>가 보인 반응이다. 스타 디자이너의 영입이 이어지던 시기 구찌의 수장 자리에 이름도 얼굴도 낯선 인물이 배치된 것에 대해 패션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구찌는 매출과 함께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졌었고 변화를 위해선 새로운 베팅이 필요했다. 미켈레는 2002년 구찌에 입사해 13년간 액세서리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이보다 더 안전한 베팅은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세계 패션의 혁명이었다.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커다란 뿔테 안경과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어색한 실루엣. 전형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너드 캐릭터로 비주류의 반전을 일으켰다. 구찌 컬렉션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연 친화적인 디테일이다. 꽃, 나비, 뱀, 꿀벌, 호랑이 등 동식물을 모티프로 한 구찌 가든 컬렉션은 강렬한 색채와 몽환적인 분위기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경제 불황으로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매출 하락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만 17%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주가는 50% 넘게 뛰는 괴력을 발휘했다. 구찌는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미켈레식으로 말이다.

캘빈 클라인 CALVIN KLEIN 라프 시몬스


몇 년 만에 캘빈 클라인 진 매장에 들어섰다. 이 모든 게 순전히 라프 시몬스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라프 시몬스는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로 질 샌더와 디올 등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해왔다. 그런 그가 2016년 돌연 디올을 떠나 캘빈 클라인으로 이적한다고 했을 때, 팬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당시 디올은 시몬스의 지휘 아래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고전적인 디올의 이미지를 미래적이고 현대적으로 다듬는 데 앞장선 것도 그다. 모든 공을 뒤로한 채 디올을 떠난 그가 처음 선보인 캘빈 클라인 컬렉션은 “드디어 캘빈이 제 옷을 입었다”는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 그동안 미니멀 룩에 심취해 정체성을 잃어가던 캘빈 클라인을 단숨에 과거의 센슈얼한 캘빈 클라인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아메리칸 클래식’을 주제로 포토그래퍼 월리 반데르페르와 작업한 광고 비주얼에도 1990년대 유스 컬처 무드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새로 공개된 캘빈 클라인 진 화보 역시 중성적인 무드로 가득하다. 라프 시몬스와 캘빈 클라인의 조화는 기대 이상의 신선함으로 우리를 즐겁게 한다. 얼마 전 시몬스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디올을 박차고 나와 캘빈 클라인의 해결사를 자처한 것이 도움이 됐을까?


베트멍 VETEMENTS 뎀나 바잘리아


비좁고 음산한 클럽에서 쇼를 하고, 전문 모델이 아닌 친구들, 인스타그램에서 인연을 맺은 일반인을 런웨이에 등장시킨다. 패션 하우스에 창조적 지각 변동을 일으킨 베트멍은 이제 디자이너 브랜드라기보다 하나의 집단, 새로운 철학으로 인식된다. 베트멍을 이끄는 뎀나 바잘리아는 창의적일 수 없는 패션 하우스에 싫증을 느꼈다. 우리가 진짜 입고 싶은 옷에 대해 고민하다가 때마침 뜻이 맞는 동료들을 만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게 베트멍의 시작이 됐다. 2015 F/W 컬렉션에서 베트멍이 보여준 파급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소매와 과장된 어깨선,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허무는 해체주의적 성향의 옷들은 럭셔리는 럭셔리해야 한다는 패션 하우스의 관념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티셔츠, 청바지, 후디 등 기본적인 아이템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이를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가공하는 베트멍식 ‘다름’의 철학은 현실적이면서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대중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 지난 2016 S/S 컬렉션에서는 택배업체 DHL과 챔피온스 로고가 찍힌 티셔츠를 런웨이에 올렸는데, 티셔츠 한 장에 330달러라는 가격을 매겼음에도 단숨에 완판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뎀나 바잘리아는 베트멍 설립 3년 만에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다. 레트로와 힙스터리즘, 해체주의, 로고 플레이. 지금 패션를 움직이는 거대한 트렌드의 중심에 뎀나 바잘리아가 있다.

사카이 SACAI 아베 치토세


사카이는 도쿄에 베이스를 둔 패션 브랜드다. 사카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베 치토세는 꼼데가르송에서 레이 카와쿠보의 지도 아래 8년간 일하며 꼼데가르송의 패턴 디자인을 책임졌고, 준야 와타나베 디자인팀에 영입돼 니트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1999년 자신의 결혼 전 성을 딴 개인 레이블인 사카이를 론칭하며 패션계에 이름을 알렸다. 예상할 수 없는 소재의 믹스매치와 해체주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한데 섞은 하이브리드 패션은 오직 사카이만이 가진 독창적인 세계로 평가받았다. 론칭 직후 런웨이에 쇼를 올리지 않았음에도 뉴욕의 바니스 백화점과 파리의 멀티숍 꼴레뜨와 판매 계약을 맺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보그 인터내셔널 편집자이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수지 멘키스 등 패션계 셀레브러티들의 사랑을 받으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해나갔다. 세계적인 패션위크를 접수하고 한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만큼 대중성을 확보한 사카이는 지난해 첫 핸드백 라인까지 론칭했다. 정통 핸드백 디자인에 매끄럽고 거친 질감의 가죽을 대비되도록 매치하거나 스웨이드와 밍크 소재를 섞는 등 ‘사카이다운’ 백 컬력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레이 카와쿠보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베 치토세가 일본 디자이너의 영광을 재현할지 기대해본다.


사진 REX 디자인 이지은

editor 안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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