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 불씨에 찬물 끼얹는 정치…발목 잡힌 스페인 경제

파리=동정민특파원

입력 2017-05-22 16:19 수정 2017-05-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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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간의 무정부 상태를 벗어난 지 7개월 만에 스페인 정치가 또 다시 시계제로로 빠져들었다.

21일 치러진 스페인 제1야당 사회당 전당대회에서 당내 강경파인 페드로 산체스가 50%를 얻어 온건파인 안달루시아 지방대표 수산나 디아스(40%)를 제치고 당선됐다. 산체스는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대표직에 올랐다.

2015년 12월과 지난해 6월 두 차례 총선에서 모두 패한 산체스는 끝까지 국민당 정부 출범을 막다가 지난해 10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물러난 이후 사회당은 국민당 소속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신임 투표에서 소수정부 출범을 허용했다.

산체스는 “사회당이 라호이 총리의 국민당 정부 출범을 도운 건 잘못된 일”이라며 또 다시 대여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결국 라호이 총리가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2년 새 3번째 선거가 예상된다.

그러잖아도 과반수 의석에 못 미치는 허약한 여당은 부패에 허덕이고 있다. 공공입찰 사업에 국민당 정치인들이 뇌물을 받은 부패 스캔들은 4년째 끝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라호이 총리까지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됐다. 스페인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500명이 부패 관련 혐의로 재판받았는데 70%가 유죄를 선고 받았다. 국민당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부패한 여당, 반대만 하는 야당은 2012년 경제위기 이후 모처럼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스페인에 찬물을 붓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있는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계열 정당은 당내 선거마다 강경파가 득세해 지지층을 넓히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역대 최고 강성 좌파’라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이끌고 있으나 좌클릭하며 중도를 장악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보수당에 큰 지지율 격차로 지고 있다. 프랑스 역시 극좌에 가까운 브누아 아몽이 대선 경선에서 온건파를 누르고 후보가 됐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에 중도표를 다 뺏겨 지금은 당이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독일의 사회민주당 역시 온건파인 지그마이어 가브리엘 대신 강경파인 마르틴 슐츠가 이어받았으나 역시 중도 확장성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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