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DMZ 여전히 전장… 기다림 속에 피어나는 평화의 의지

동아일보

입력 2017-05-15 03:00 수정 2017-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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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전문기자의 DMZ 캠프 그리브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우르크의 태백부대 본진 촬영무대가 됐던 DMZ의 캠프 그리브스 미군기지. 포스터가 붙은 건물은 정비고이고 텐트와 군장은 관광객의 촬영소품. 미국 드라마 ‘밴드 오브 브러더스’의 주역인 이지중대가 51년 동안 여기 주둔한 미육군 506 공중강하연대 소속이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한국인의 여행 열정은 전 세계 최고다.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계속 늘어 지난해엔 2238만 명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13년 전(2003년 708만 명)의 세 배. 총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데 그런 나라가 지구상에 얼마나 될지. 그런데 그중 울릉도나 백령도에 다녀온 이는 예상외로 적다. 여행이란 호기심에서 비롯되는데 그 점에서 이 현상을 분석하면 이렇다. 정작 태어난 나라에 대한 낮은 관심.

그런데 반대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도 있다. 북한과 비무장지대(DMZ)다. 북한관광이야 다 아는 대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중단된 지 오래. 비무장지대는 민간인통제구역이라 특별한 경우만 허가를 받아 들어갈 수 있다. 물론 투어프로그램(DMZ투어버스와 DMZ열차)에 참가하면 서부전선의 도라전망대(파주시 장단면)와 제3땅굴 등은 볼 수 있지만. 그나마도 금강산관광처럼 스케줄 따라 허가된 곳에 그치니 성에 차지 않는다. 주변 마애석불과 허준 묘소 등은 그림의 떡이다.

그런 비무장지대에 변화가 일고 있다. 여행지로의 개발이다. 그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상에서 비롯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국회에서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평화를 염원하고 구현할 기념비적 장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후 경기도를 중심으로 비무장지대 남쪽 민간인통제구역에 여러 다양한 계획이 진행됐다. 도라산 평화공원 조성과 캠프 그리브스(Camp Greaves) 문화재생 같은.

이번에 거길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캠프 그리브스에서 17일부터 열리는 문화전시다. 제목은 ‘기억과 기다림’. 1951년 7월 시작돼 2년간 판문점에서 진행된 정전회담의 기록 등 DMZ와 관련한 역사 문화 생태를 보여주는 상설 아카이브(Archive·보존자료)가 공개되는 것. 협정 체결로 군사분계선이 최초로 그어진 군사지도도 포함됐다. 더불어 아홉 명 작가는 주둔한 부대가 떠난 후 12년간 버려졌던 미군기지(캠프 그리브스)의 시설을 무대로 그 역사성과 장소성을 해석한 설치·화면작업을 보여준다(6월 말까지).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이렇게 피력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평화는 평화로운 상태에 그치지 않는다. 그 평화란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한 상태다’라고. 6·25 전쟁은 끝난 전쟁이 아니다. 1953년 7월 17일에 미군과 중공군 대표 간에 합의된 것도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다. 그래서 DMZ는 여전히 전장이다. 평화는 ‘전쟁이 끝난 후 주어지는 새로운 삶의 의미’다. 그런데 그 전쟁이 너무도 오래도록 지속되다 보니 지친 우리는 전장에서마저 평화를 갈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염원이 너무도 커서다. DMZ에서 2km 거리의 최전방에 남겨진 미군기지에서 여는 이 전시에 의미를 두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캠프 그리브스 전시
: 17일에 개장(오후 2시 반)한다. 상설과 기획(6월 말까지)전을 동시 진행.


◇상설전: 개보수한 콴셋헛(Quonset hut·일명 콘세트막사) 등에 마련한 상설 아카이브엔 문산의 과거모습과 고지전(高地戰) 당시 비무장지대 등 관련기록과 자료, 휴전회담 감독기구인 중립국감독위원회의 활동상과 군용물품 등이 전시된다. ◇기획전 ▽800마리 소형 판다인형 전시: 우리나라와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호평 받은 파울로 그랑종(프랑스)의 공공 프로젝트. ▽3D 그래피티 쇼(최진현 작가): 이곳의 의미를 부각하는 몽환적 느낌의 입체영상을 실내에서 감상한다.


● 캠프 그리브스 찾기: 방문 및 전시 관람은 무료. 손수운전 개별방문은 불가. 지정투어버스(패키지)로만 가능. ▽개인: 임진각평화누리 출발 DMZ투어버스,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에서 출발(오전 9시, 오후 2시)하는 캠프 그리브스 버스 이용 △DMZ투어버스: 매일 운행. 예약 없이도 현장 탑승 가능. △캠프 그리브스 버스: 티켓몬스터 통해 사전 구매(1만 원). 17일(개막)과 6월 말까지 주말(하루 2회·각 30명)에만 운행(소요 시간 4시간 10분). 전시 관람(60분) 외 ‘태양의 후예’촬영장 체험(3종) 가능. ▽단체: 10명 이상 버스로 찾을 경우만 방문 가능. 사전 통지(참가자 전원 상세 인적사항 포함) 필수.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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