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면… 김광석 노래버스가 출발합니다

조성하 전문기자

입력 2017-05-13 03:00 수정 2017-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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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전문기자의 코리안 지오그래픽]‘대구夜, 놀자’

노래 ‘여수 밤바다’(버스커 버스커)가 히트(2012년 3월)하자 전남 여수로 사람들이 몰렸다. 그 바람에 이웃한 순천시가 큰 덕을 봤다. 여수에서 밤을 보내려니 낮으로 소일할 곳이 필요했던 것. 게다가 밤바다 여행엔 현지 숙박이 필수. 숙박 여행객 지출은 당연히 당일 방문객보다 많다. 순천 여수의 지역경제에 이 노래가 크게 기여했음이다. 그런데 그런 현상은 5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진행형으로 추정된다. 이달 8일 네이버뮤직 인기 순위에 ‘여수 밤바다’가 여전히 4위에 랭크됐고 미뤄 짐작하건대 여수 순천을 찾는 이도 여전할 듯싶다.

국내 허다한 여행지 중 이렇듯 ‘밤 문화’라 할 것을 갖춘 곳, 서울 부산 외엔 없다는 판단이다. 제주도를 보자. 도심 식당도 오후 8시 이후엔 손님이 불청객 취급당한다. 2004년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가 열렸을 때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불평했다. 여기가 한국 제일의 관광지가 맞느냐고. 호텔의 바 외엔 밤에 소일할 거리가 없어서였다. 그러며 물었다. 당신들은 여행지에서 밤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그런데 최근 한 곳을 찾았다. 대구다. 오후 6시면 ‘김광석 노래버스’가 출발하고 케이블카로 오른 앞산 전망대에선 일본 나가사키 야경 못잖은 밤 풍경이 펼쳐졌다. 그뿐 아니다. 녹슨 철교를 전망대로 개조해 밤마다 조명으로 밝히는 아양기찻길은 금호강 수면에 반사된 모습과 어울려 환상의 풍광을 선사했다. 물수제비 뜬 돌 모습의 건축물 ‘디 아크(The Arc)’ 역시 조명을 통해 밤이면 멋진 자태를 뽐낸다. 게다가 대구가 어딘가. 도처에 먹자골목이 산재한 대구십미(十味) 고장 아닌가. 내게 대구는 낮보다 밤이 더 구미에 당기는 곳이다. 그런 대구의 밤을 소개한다.

조선시대에 영남의 중심은 대구였다. ‘조선팔도’의 행정체제가 완비되며 신설된 경상도 감영(관찰사)이 대구에 설치(1601년)됐다. 그 자리는 중구 일대로 선화당(宣化堂·관찰사 집무처)이 있는 경상감영공원(옛 중앙공원)이 중심. 감영은 대구읍성(1590년 축조)으로 에워싸였는데 하지만 읍성은 사라진 지 오래. 일제가 조선의 외교권을 행사하던 1906년 친일파 박중양(경북도관찰사 서리)의 불법 철거로 인해서다. 그 자취라고는 거리 이름뿐.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인데 그 이름은 읍성의 동서남북 사방(四方)에 둔 네 문(진동문 달서문 영남제일문 공북문)에서 왔다. 이 중 진동문과 달서문 밖에는 큰 시장이 섰는데 최근 화재가 난 서문(西門)시장이 그 유산이다.


최고의 야경 도시 대구

대구는 덥고 춥기로 이름난 곳. 분지(盆地)여서다. 북쪽의 팔공산(1192m)과 환성산(809m), 동쪽의 용암산(379m)과 초례봉(536m), 남쪽의 산성산(670m)과 비슬산(1084m), 서쪽의 와룡산(300m)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그런 대구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앞산 전망대다. 정면 멀리로 보이는 산이 팔공산이고 시내 미군기지에선 초대형 치누크 헬기가 수시로 뜨고 내린다.

그런 조감(鳥瞰) 도시 풍광은 내내 봐도 지루하지 않다. 디오라마(Diorama·실물처럼 보이게 만든 축소 모형)로 다가와서다. 그렇지만 최고는 해질 녘이다. 한 도시를 배경으로 ‘낮이 밤으로 바뀌는 기적’을 목도할 수 있어서다. 낙조에 이은 노을로 도시는 발갛게 물들고 이어 땅거미 진 도시는 빛으로 새로이 태어난다. 그게 앞산 전망대에선 영화처럼 장대하게 펼쳐진다. 혼자 보기엔 아까운 장면이었다.


디 아크와 우륵교로 강을 아우르다

야간에 더 멋진 디 아크. 낙동강 수면의 반영이 매혹적이다. 대구시 제공
대구엔 두 강이 흐른다. 금호강과 낙동강이다. 경북 포항에서 발원해 영천을 지나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남서 외곽에서 달성(대구)과 고령(경북) 두 군의 경계를 이루며 남행하는 낙동강에 흘러든다. 특별한 건축물 디 아크는 두 강의 합수(合水)부 강창나루터에 있다. 디 아크는 ‘강(江) 문화의 건축(The Architecture of River Culture)’의 줄임말로 2014 대한민국 건축문화대상에서 수상도 했다.

건축가는 2000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미국관 커미셔너(총책임자)였던 하니 라시드(59). 야경도 멋지지만 나선형 서클웨이(Circle way)가 설치된 실내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인사하는 모습의 사람 조상(彫像) 500개로 이뤄진 설치미술 ‘그리팅 맨(Greeting Man·인사하는 남자)’이 대표작이다. 옥상 수변공간엔 전망 덱도 있는데 거기선 두 강과 함께 강정고령보(堡)도 보인다. 달성과 고령 두 군을 잇는 가교로 가야금 12현을 본뜬 모습이라 ‘우륵교’라 명명됐다. 우륵은 대가야 사람으로 가야금을 개발하고 12악곡을 지었다.


폐철교에서 전망대로-아양기찻길

폐철교 재활용 프로젝트를 통해 전망대로 부활한 아양기찻길. 대구시 제공
대구의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17개. 아양기찻길도 그 하나로 2008년 폐선될 때까지 대구∼경북 영천을 잇던 대구선 철교(1936년 개통)였다. 승객은 대구로 일하러 가거나 통학하던 직장인과 학생. 그런데 기차 운행 소음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못된 시어머니 만나 고된 시집살이에 넌더리가 난 며느리가 참고 참은 울분을 기차 지날 때를 기다려 토로했다고 하니.

다리의 철길은 여전하다. 중간의 트러스(삼각형 그물 모양의 철골 구조물)도 마찬가지. 하지만 용도는 변했다. 사람만 통행하는 전망대(2013년)로. 철길은 강화유리로 덮었다. 그래서 걷다 보면 142m 아래 강물이 훤히 뵌다. 트러스 부분엔 전망대가 설치됐다. 이 다리 재활용 프로젝트는 지구촌 디자인 경연장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독일) 수상을 통해 진가를 입증했다. 아양기찻길 역시 해질 녘 찾기를 권한다. 낙조와 노을은 물론이고 어둠 속에 조명으로 연출된 야경이 인상적이어선데 수면에 비친 모습까지 한데 어우러지면 더더욱 그렇다.


골목도시에서 탄생한 음식천국

대구는 ‘골목의 도시’. 중구만 해도 ‘대구근대골목’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위시해 야시골목, 북성로 공구골목, 오토바이골목, 수제화골목, 진골목, 종로 화교거리, 약전골목, 봉산 문화거리, 염매시장 떡골목, 교동 귀금속골목, 인쇄골목 등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건 다양한 먹자골목. 한때 양키시장이라 불렸던 교동시장(납작만두 떡볶이)과 장기동이 대표선수다. 앞산카페거리(남구 대명동), 안지랑곱창거리(남구 안지랑시장), 반고개무침회골목(서구 달구벌대로), 칠성시장 족발골목이 그 뒤를 잇는다.

골목은 서민과 비주류를 품고 피신을 상징한다. 큰길이 대세(大勢) 위세(威勢)라면 골목은 그에 대한 무시와 폄하, 뒷담화의 은신처다. 게다가 명(命)도 길다. 큰길은 뻔질나게 개벽하지만 골목은 주목받지 못하니 그럴 일도 없다. 골목의 정취란 거기서 온다. 그리고 대구엔 그런 골목이 도처에 숨어 있다. 그리고 거개가 다양한 음식거리다. 알려지기론 ‘따로국밥’ 외엔 먹을 게 없다는 곳. 그러나 여기 사람들은 ‘대구십미’를 들먹이며 ‘오해’라 일축한다. 물론 동의한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시티투어 버스로 개발… DJ가 음악프로 진행▼

시험운행 ‘김광석 노래버스’는


대구에 새 명물이 등장했다. ‘김광석 노래버스’다. 그와 그의 음악을 테마로 만든 야간시티투어버스인데 지난달 27일부터 시험운행(6월 17일까지) 중이다. 이 버스 내부가 특별하다. 버스 오른편을 통유리창으로 덮고 좌석은 거길 향해 90도 틀어 2열 객석(16석)으로 꾸몄다. 운행 중엔 DJ가 전용박스에 앉아 음악프로를 진행한다. 도중 거리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 잠시 서는데 이때 탑승객은 그걸 통유리창과 실내 스피커로 감상한다. 버스의 종착점은 방천시장 옆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입구. 김광석은 이 동네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다.

뉴욕(미국)의 인기 버스 ‘더 라이드(The Ride)’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아이디어를 내고 대구의 문화마을협동조합(페이스북 culturedaegu)이 개발했다. 저작권료 등은 정부투자 세븐럭카지노 운영사인 GKL 사회공헌재단이 지원했다. 매일 오후 6시 출발, 운행 시간은 60∼90분(예상). 요금과 정식 운행 시기는 미정.
 ※여행 정보


대중교통:
대구도시철도(1∼3호선)는 관광객에게도 요긴하다. ‘도시철도로 떠나는 대구 이야기 여행’이란 관광 안내 책자까지 나와 있을 정도. 이 중 3호선은 고가철도의 모노레일인데 도심을 공중에서 조망하며 이동해 ‘힐링철’이라 불린다. 세 노선이 교차하는 역은 없다. 중앙로와 대구역 동대구역을 지나는 건 1호선이다. 환승은 1, 2호선(반월당역)과 2, 3호선(신남역, 명덕역)만 가능. 1250원(현금 1400원) 균일 요금 체계다. www.dtro.or.kr

앞산공원 케이블카: 정상 아래 앞산 전망대를 오가는데 앞산공원 안에서 탄다. 산정승강장(해발 510m)에서 전망대까진 300m. 산 아래 산록승강장은 고도 180m의 산중턱. 여기까진 공원길로 걷는데 오후 6시 이후 어르신과 어린이, 장애인 탑승 차량에 한해 탑승장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5∼8월 운행(5분 소요)은 오전 10시∼오후 9시 반(5∼15분 간격). 왕복 9500원(4세∼초등학생 7500원). 남구 대명9동 앞산순환로 574-114. www.apsan-cablecar.co.kr

대구 관광: ▽정보 △시청: tour.daegu.go.kr △블로그: blog.naver.com/daeguvisit △페이스북: daegutour △인스타그램: daeguvisit ▽시티투어버스=월요일과 명절(당일)은 운휴 △도심순환형: 예약 없이 지정 정류장에서 온종일 무제한 타고 내림. 운행 간격은 40분, 053-603-1800 △테마 코스: 정해진 코스 운행하는 관광버스. 출발 시간은 신남역(오전 9시 반)과 동대구역(오전 10시). 053-627-8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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