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면

여성동아

입력 2017-05-11 18:23 수정 2017-05-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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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동물 보호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과 유럽의 반려동물 문화와 우리나라의 현주소.

도그워커라고 들어보셨어요? 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선 오후 무렵 여러 마리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개들의 주인이 아니다. 일이 바쁘고 시간이 부족해서 개를 산책시킬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이 고용한 도그워커(Dog-walker)다.

도그워커는 이름 그대로 개와 함께 산책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매일 클라이언트의 개를 30분에서 1시간가량 산책시키고, 산책 후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역할까지 한다. 경우에 따라선 주인이 여행을 간 사이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 시팅(Pet Sitting)이나 미용 업무도 대신해준다. 도그워커가 되기 위해 특별한 자격증이나 학력은 요구되지 않지만, 이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반려동물을 키워온 사람들이다.

도그워커를 고용하는 비용은 하루에 10달러에서 20달러 선. 미국 채용 전문 사이트 ‘indeed.com’에서는 도그워커가 한 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평균 2만5천~3만 달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천7백50만~3천3백만원가량이다. 사실 도그워커의 연봉은 얼마나 많은 클라이언트를 두고 있는지, 또 일하는 지역이 어디인지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다. indeed.com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4만3천 달러(4천7백30만원), 시카고에서는 3만6천 달러(3천9백60만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은 반려동물의 삶의 질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많다. 미국의 여러 주에선 우리나라에서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킨 ‘강아지 공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미국 LA에선 2013년부터 애완동물의 상업적 판매를 위한 영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만일 펫 숍에서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전문적으로 생산·판매하는 사육업자(Breeder)로부터 동물을 공급받아 판매하다 적발되면 최초 적발 시 2백50달러(28만원) 등 벌금이 부과되고 영업 정지 명령도 받을 수 있다.

단, 동물 보호국이나 동물 보호 단체에서 입양된 애완동물들의 판매는 허용하고 있으며, 펫 숍이 아닌 일반인이 사육업자로부터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것도 예외로 하고 있다. LA 외에도 샌디에이고, 시카고, 필라델피아, 오스틴, 보스턴 등에서 이미 유사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여행을 허하라 Europe


반려동물의 권리가 가장 잘 보호되고 있는 곳은 유럽이 아닐까 싶다. 유럽연합(EU)은 높은 수준의 동물 보호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세계 최초로 동물 보호에 관한 조문을 헌법에 명시한 국가다.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문을 민법에, 2002년엔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갖는다’고 헌법에 명시했다.

독일에선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연간 90~6백 유로(11만~73만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은 독일 전체 5백여 개의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의 운영 기금으로 쓰인다. 이곳에선 안락사는 물론이고 무책임한 교배도 엄격하게 규제한다. 독일엔 애견 숍이나 교배 농장 등을 통한 입양이 없어 티어하임의 유기 동물 입양률은 90%에 달한다.

동물 보호에 앞장서는 유럽 국가로 네덜란드도 빼놓을 수 없다.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네덜란드에는 ‘동물당(Partij voor de Dieren)’이 존재하는데, 이 정당의 주된 목적은 동물권과 동물 복지의 실현이다. 2002년 10월 설립돼 2006년 하원 의석 2석을 얻었고, 지난 3월 15일 치러진 총선에서는 전체 1백50석 중 5석을 차지했다. 상원 의석 75석 중 2석도 동물당의 몫으로 돌아갔다.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동물당의 정치적 영향력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동물 복지의 천국인 유럽을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유럽연합에서 발행하는 ‘반려동물 여권’을 눈여겨봐야 한다. 2004년 10월 생겨난 반려동물 여권은 유럽연합의 수의사가 발급하는 것으로, 반려동물의 자유로운 유럽 대륙 여행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여권을 소지한 반려동물은 유럽연합 내 국경을 통과할 때 검역을 면제받는다. 발급을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정보를 담은 칩을 반려동물 체내에 삽입해야 하고, 여권에는 예방접종 내역이 기재된다. 매년 광견병 예방접종만 빠뜨리지 않으면 유효기간은 평생 지속된다.

‘모란시장’부터 캣맘까지 Korea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눈에 띄게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에 대한 제도 및 인식도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간 우리나라는 ‘개고기를 먹는 나라’로 알려지며 국제 사회에서 비난을 받은 것도 사실. 최근 경기 성남시는 ‘개고기 판매’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모란시장에서 개 도살 판매장을 철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7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모란시장 재정비 사업’에 착수한 것. 모란시장 내 22명의 개고기 판매업자 중 15명과 도축 중단에 합의했고, 지난 2월 철거를 추진했다. 하지만 진통은 여전하다. 일부 상인들이 “눈앞에서 살아 있는 개를 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매출이 오른다”며 철거를 반대하고 있는 것. 성남시는 모란시장 상인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시장의 이미지 개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혐오의 대상으로 꼽혀왔던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최근 눈에 띄게 바뀌었다. 그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미를 위해 소리를 내거나 음식물을 뒤지는 길고양이를 잡아달라는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썩여왔다. 그래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킨 뒤 방사하는 방식으로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사업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의 역할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 이후 각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통해 구역의 길고양이 개체 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일반 주민들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길고양이 급식소는 서울 강동구·은평구·종로구·동작구·경기 성남시를 비롯해 국회 안에도 설치돼 있다.

지난해 SBS 을 통해 알려진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실상은 동물 보호법 개정안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두 배로 강화하고 동물 유기에 대한 과태료를 기존 1백만원 이하에서 3백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강아지 공장으로 지목된 동물 생산업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뀐다. 개정안은 2018년 3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내 여러 동물 보호 단체는 개정안 역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긴 하지만 동물 보호 제도가 좀 더 강화된 것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에 바뀐 법을 통해 동물은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생명체라는 의식이 확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뉴스1 REX 디자인 김영화

editor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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