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인들의 고양이 사랑

노트펫

입력 2017-04-26 15:06 수정 2017-04-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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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야, 이집트인들이 너를 신으로 모시다가 뭐가 잘못 됐니? 우리 멍이가 냥이를 질투해서 해코지라도 했어? 아니면 다른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이집트가 망하기라도 한 거야? 도대체 뭐가 잘못돼서 새옹지마라는 거야?"

"이집트가 망했어. 나 때문에 이집트군의 전투력이 크게 약화돼, 중요한 전투에서 패했지 뭐야."

"그림에서 공중에 날라 다니는 게 보이지. 바로 고양이야. 페르시아(아케메네스제국)군이 투석기에 고양이를 넣고 성으로 날린 거야. 또 방패 앞에 고양이를 묶고 전투를 했어. 이집트 사람들이 우리를 신으로 모시는 걸 알고 역으로 이용한 거지. 이집트군은 고양이를 보호하느라고 제대로 전쟁도 못하고 패하고 말았어. 이때가 기원전 525년이야. 이 전쟁으로 이민족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뒤 그리스, 로마, 아랍을 거쳐 현대의 프랑스, 영국까지 이집트는 끝없이 외세의 침탈을 당해야 했어. 곡창지역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이 끝없이 욕심을 내는 거야."

"헐! 이집트 사람들이 냥이 너를 너무 사랑했구나. 그래서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라 했어.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생각나는군."

"멍이! 어려운 말 쓰지 마라용."

"냥이! 네가 먼저 새옹지마라고 아는 척 한 거 기억 안니?"

"그야 나 냥이가 신으로 추앙받던 이집트 얘기를 하니까 좀 잘난 척 한 거지. 멍이 너까지 그럴 이유는 없잖아. 지난번에 여신 바스테트로 대접받던 얘기를 했으니까 오늘은 남자신인 태양신 라(또는 레)로 대접받은 얘기를 해줄게."

"뱀의 머리를 누르고 칼로 해치우는 내 모습이 멋지지. 태양신 라가 고양이로 변한거야. 뱀은 악의 신 아포피스야. 내가 뱀을 잘 잡잖아. 황금색 배경과 생명력 있는 나무도 눈여겨 봐줘."

"그래 모양은 좀 다르지만 이런 내용의 벽화가 많은 것 같아. 왜 그러지?"

"이집트의 천지창조 신화 때문이야. 태양신은 모든 신중 가장 중요한 신이야. 생명이 계속 존속할 수 있게 해주지. 반면 아포피스는 악의 신이지. 둘은 모두 네이트(삼각주의 여신)에서 태어났어. 아포피스는 태양신이 지평선위로 떠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밤마다 라를 죽이려 해. 태양신 라는 밤마다 싸워 이겨야 하고. 냥이가 매일밤 뱀을 토막 내 죽이지만 불멸의 존재인 아포피스는 다시 살아나 밤을 기다리지."

"잘라서 태우는 방법으로 씨를 말려야 되는 거 아냐? 왜 다시 살아나도록 두지?"

"이집트 사람들은 선과 악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죽으면 이들이 생겨나기 전의 혼돈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본거지. 창조는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하루의 순환, 계절의 순환처럼 끊임없이 재현된다고 봤어."

"낮과 밤, 천사와 악마, 선과 악, 이 모든 게 따로 존재할 수 없어. 서로 의지하는 관계지."

"냥이야 좀 어렵다. 그림 얘기보다 신화 얘기가 많아서."

"이집트 때 그림은 개인의 감성 등을 표현하는 예술로 그린 게 아니라, 그 당시 사람들의 바람이나 희망 등을 표현하는 수단이어서 내용 설명을 길게 한 거야."

"그렇구나. 한 가지만 더 물어 볼게. 뱀이 악을 상징한다면서, 반대로 코브라 여신 와제트를 나일 강을 상징하는 신으로 숭배하는 이유는 뭐야?"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는 간단해.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나일 강이 뱀처럼 길기 때문이지. 두 번째는 뱀의 이중성이야. 그리스에서도 뱀은 공포, 위험, 죽음의 상징이면서 재생과 순환의 상징으로 쓰여. 허물을 벗기 때문이야. 기독교에서도 원죄의 씨앗임과 동시에 지혜의 상징이기도 해. 인간에게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동물일수록 여러 가지로 해석돼. 멍이 너는 사람을 졸졸 쫓아만 다니니까 충복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거야. 반대로 보면, 좀 멍한 짐승이란 얘기지."

"멍하다니 무슨 개소리야. 앗! ‘개소리’ 취소.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나도 나쁜 상징으로 쓰인 사례가 많아. 나 멍이가 그 이야기를 다음에 들려줄게."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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