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백내장을 안약으로 치료할 수 있나요?

동아일보

입력 2017-04-26 03:00 수정 2017-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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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체는 눈의 초점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내장은 이러한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병이며 노화현상이라 여길 만큼 60대 이상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수정체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이 수정체를 제거하고 환자에게 맞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한다. 후진국에서는 여전히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한국처럼 의료 선진국에서는 수술이 일반화되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 중 상당수가 백내장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지 묻는다. 환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현재까지 나와 있는 백내장 치료약물은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아직까지 백내장 치료는 수술이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눈에 수술을 한다는 부담감으로 다른 치료법을 찾는 게 당연하다. 더욱이 2015년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에 백내장 약물치료에 관한 실험 논문이 실리고 국내 방송사 뉴스에도 보도돼 백내장 환자의 약물치료 기대를 높였다.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은 간략히 이러하다. 수정체가 광학적인 역할을 할 때 크리스탈린(crystallin)이라는 단백질이 중요한 작용을 하는데 이 단백질이 뭉치는 변화가 백내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크리스탈린이 엉키지 않고 투명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를 합성하기 위해선 라노스테롤(lanosterol)이 필요하다. 유전적으로 라노스테롤이 합성되지 않는 경우 백내장이 생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라노스테롤을 주면 백내장이 생긴 수정체의 투명도가 일부 회복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 논문은 백내장의 약물치료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논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가 모든 종류의 백내장 특히 노인성 백내장의 발병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라노스테롤을 이용한 약물치료는 노인성 백내장 치료에서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현재 백내장의 약물치료 연구는 다방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백내장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를 통해 발견되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 원인을 알아내고 치료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수정체 노화현상에 대한 연구는 아직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에 변화가 생겨 근거리 초점을 맞추는 조절 능력이 감소하는 현상으로, 근시나 원시와 같은 눈의 상태와는 별개로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아직은 노안의 정확한 발생기전을 모르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근거리 초점을 만드는 정도로 치료가 한정적이다. 그래서 백내장 수술을 한 뒤 한쪽 눈은 근거리에 초점을 맞춘 인공수정체를 삽입하여 한눈으로 근거리를 보게 하거나(단안시), 양쪽 눈에 동시에 여러 개의 초점을 만들어 근거리와 원거리를 함께 보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을 이용해 노안을 교정한다. 미래에 수정체의 노화현상을 밝히고 수정체의 상태를 되돌릴 수 있는 약물을 발견한다면 비로소 노안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내장을 유발하는 위험인자 중 하나가 자외선(UV)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자외선이 증가하는 봄철에 외출할 때에는 선글라스를 꼭 착용할 것을 권한다. 치료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다.

양홍석 아주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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