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일 신데렐라’ 박민지, ‘엄마골퍼’ 울리다

김종석기자

입력 2017-04-17 03:00 수정 2017-04-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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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오픈서 노장 안시현 꺾어… 3차연장전 대접전 끝에 트로피
어머니는 LA올림픽 핸드볼 銀… “올림픽서 엄마가 못딴 金 욕심”


16일 KLPGA투어 데뷔 2개 대회 만인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 우승한 필드 새내기 박민지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박민지는 3차 연장 끝에 짜릿한 승리를 결정지으며 올 시즌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KLPGA 제공
박민지(19·NH투자증권)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10일 만에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3차 연장 끝에 산전수전 다 겪은 엄마골퍼 안시현(33)을 제친 짜릿한 승리였다.

박민지는 경기 용인 88CC 나라·사랑코스(파72)에서 열린 삼천리 투게더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4개로 2언더파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로 안시현, 박결과 동타를 이룬 그는 18번홀(파5)에서 계속된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후 박민지는 “다리가 후들거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힘들 때 늘 곁을 지켜준 부모님에게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6일 투어 데뷔전이던 롯데렌터카여자오픈을 38위로 마친 그는 2개 대회 만에 챔피언이 되며 전인지, 박성현 등이 떠난 국내 투어를 빛낼 대형 루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을 받은 박민지는 “예선 통과가 목표였는데 너무 기쁘다. 골프 선수 하면 바로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 상금은 부모님께 드리고 100만 원만 갖고 싶은 것 사고 싶다”며 웃었다.

박민지(왼쪽)의 어머니 김옥화 씨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딴 여자 핸드볼 은메달을 들어 보였다. 스포츠 선수 2세인 박민지는 “엄마의 체형과 운동 신경을 닮았다”고 말했다. SBS골프 제공
박민지의 어머니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한국 핸드볼이 사상 첫 은메달을 따는 데 주역이었던 김옥화 씨(59)다. 어머니 권유로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타고난 운동 감각에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난해 국가대표로 월드 아마추어 팀 챔피언십 단체전 우승, 호주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1위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보영여고 졸업 후 올해 고려대에 입학했다. 대회가 열린 88CC 명예 꿈나무 출신으로 평소 코스 경험을 많이 쌓았던 것도 우승의 비결이었다. 최경주 재단 장학생이기도 했던 박민지는 “골프를 잘하려면 늘 반복해서 훈련하는 길 말고 다른 비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엄마가 못 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어머니 김옥화 씨는 효도상품권으로 동남아 3박 4일 여행권과 비즈니스 항공권을 부상으로 받은 뒤 딸과 함께 눈물을 쏟았다. 대회를 개최한 삼천리그룹은 가족뿐 아니라 박민지의 캐디에게도 3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4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해 극적으로 연장에 합류한 박민지는 3차 연장전에서 4m 버디 퍼팅을 적중시킨 뒤 환호했다. 지난해 1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안시현은 통산 3승째를 노렸지만 무서운 10대 박민지의 패기 앞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안시현이 처음 우승했던 2003년 박민지는 다섯 살 꼬마였다. 경력만 따지면 비교도 할 수 없지만 박민지는 탄탄한 기본기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포를 앞세워 황홀한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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